[녹색금융시대]①석탄 투자땐 '감점'‥은행 평가 바꾼다

by이승현 기자
2020.11.23 04:31:00

금융위, 이르면 내년 초 NGFS 참여 추진
금융회사 재무건전성에 기후변화 지표 반영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 등 금융기관 재무건전성 평가에 기후변화와 관련된 기준을 도입한다. 화석연료발전 등에 투자한 자산에 대해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는 의무를 부여하는 등 기후변화 개념을 금융회사 건전성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녹색금융이 단지 선언적 구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 금융회사의 생존을 가르는 핵심적인 기준이 된다는 뜻이다.

석탄 광산에 있는 철제 구조물 (이미지투데이)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내년 초 녹색금융협의체(NGFS) 가입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NGFS는 전 세계 주요 중앙은행과 금융감독기구가 녹색금융을 위해 만든 국제 협의체다. 금융위는 환경부와 함께 지난 8월부터 ‘녹색금융 추진 협의체(TF)’를 꾸려 이런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NGFS에 가입하게 되면, 금융회사의 재무건전성 평가 방식이 달라지게 된다. 탄소배출이 많은 기업의 채권은 리스크가 큰 위험자산에 투자한 것으로 간주해 충당금을 더 쌓도록 강제하는 식이다. 이미 국제 시장에선 화석연료발전과 관련한 투자자산은 앞으로 자산가치가 떨어질 수 있는 ‘좌초자산’(stranded assets)으로 분류하는 분위기다.

금융회사가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려면 탄소 관련 채권을 줄일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 리스크가 금융회사 건전성 평가에 반영되는 셈이다. 금융위는 구체적인 분류기준과 평가모형 구축을 현재 논의 중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녹색금융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유럽 자금의 50%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펀드로 몰리고 있다. 미국의 ESG 관련 펀드 비중도 25%를 넘었다. 자금 쏠림이 뚜렷하다. 한국의 금융회사도 시대적 흐름으로 좇아가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하지만 그만큼 금융권의 부담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금융감독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 건전성 지표를 반영한 ‘기후 스트레스테스트’ 시범 모형을 적용한 결과,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국내 은행의 경우 BIS 자기자본비율이 오는 2028년 최저 4.7%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은 15% 안팎의 BIS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국내 금융권과 금융당국이 선제적으로 대응하면 BIS 비율을 11.7%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금감원은 예측했다. 변화 흐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금융회사의 재무건전성 수준이 크게 엇갈릴 수 있다는 뜻이다.

김종대 인하대 지속가능경영연구소 소장(경영대 교수)은 “영국은 기후변화 이슈를 주도하며 금융산업 경쟁력 확보의 수단으로 쓰고 있다”며 “우리도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용어설명>

●녹색금융협의체(NGFS): 전 세계 주요 중앙은행과 금융감독기구가 기후변화 관련한 금융 리스크 관리기준을 논의하기 만든 국제 협의체. 한국이 NGFS에 가입하면 탄소배출이 많은 채권에 대해서는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는 등 금융회사의 재무건전성 평가 기준이 달라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