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채상우 기자
2016.06.23 07:00:00
스팀청소기 2위 홈파워, 대기업 진입에 사업 철수
침구청소기 한경희생활과학, 반짝 스타로 끝나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한국은 ‘재벌 공화국’이란 말이 대변하듯 한국경제에서 대기업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중소기업이 영위하던 산업에 대기업이 발을 들여 시장을 잠식하는 기업문화는 여전하다.
스팀청소기는 스팀을 이용해 걸레질을 하는 제품으로 지난 1999년 처음 등장해 2000년대 초반부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스팀청소기 시장은 2003년 300억원에서 2006년 2000억원으로 3년만에 7배 가까이 성장했다.
황무지였던 스팀청소기 시장을 일군 주인공은 중소기업이었다. 한경희생활과학과 홈파워 등 중소기업이 스팀청소기 시장을 개척한 대표기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는 이를 놓칠세라 2005년 말부터 스팀청소기 개발 계획을 발표하고 2006년 중반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후 시장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건 2위 업체였던 홈파워였다. 한경희생활과학보다 2년 늦은 2001년 국내에서는 두 번째로 스팀청소기 업계에 발을 들인 홈파워는 세계 최초로 스팀청소기에 바퀴를 달아 유명해진 업체다. 이전까지 스팀청소기에 바퀴를 달면 청소 효과가 떨어지는 부작용이 있었다.
홈파워는 이후 인공지능이 적용된 스팀청소기, 진공청소기 기능이 접목된 스팀진공청소기 등으로 승승장구해 2005년에는 매출액 400억원·시장점유율은 30%로 국내 시장 2위를 유지하면서 성장했다.
하지만 2006년 대기업이 시장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홈파워의 사세는 기울기 시작했다. 특히 LG전자의 공세가 강했다. LG전자는 2006년 5월 ‘스팀 싸이팅’이라는 제품을 처음 선보였다. 스팀 싸이팅은 한달만에 1만대가 판매되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같은 해 12월 LG전자는 새로운 모델을 출시하면서 시장 공략을 가속화했다.
LG전자의 시장 진입과 신제품 출시 지연으로 홈파워의 2006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62.5%나 감소한 150억원에 그쳤다. 여기에 2007년 삼성전자가 20만원대 실속형 스팀진공청소기를 출시하며 시장에 진입하자 스팀진공청소기 시장에서 홈파워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결국 홈파워는 스팀진공청소기 사업을 접고 벨트형 진동운동기, 빨래건조대 등 새로운 사업에 발을 들이며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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