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미래세대에 울림 주는 '임자 해봤어' 정신

by편집국 기자
2021.03.31 07:11:00

[이우영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 네이버 오픈 국어사전에 등록되어 있는 청년세대의 빈티지 유행어가 있다. ‘노빠꾸’. ‘여러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러나지 않고 돌진하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로 영어 ‘No Back’의 일본식 발음이다. 혹자는 ‘토착왜구’ 운운 비아냥댈 수도 있겠지만 역설적으로 ‘노빠꾸’에는 영어, 일본어와 한국어가 혼용된 글로벌 트렌드가 깃들어 있다.

고 정주영 회장 20주기를 맞아 그의 기업가정신이 재조명되고 있다. 정규학교에서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가난한 시골출신의 성공 스토리는 베이비부머 세대에겐 아련한 선망으로 남아있겠지만, 청년세대에겐 믿기 어려운 성공 실화다. “어떻게 조선소와 배를 동시에 만들어? 정말 노빠꾸네”. “진짜 거북선이 그려진 지폐를 들고 가서 조선소 지을 돈을 빌리고 배까지 수주 했다고?” 얼마 전 공개된 그의 자서전 ’이 땅에 태어나서‘ 독후감 중 일부이다.

다행히도 우리에겐 젊은 세대와 교감할 수 있는 위대한 유산이 실화로 존재한다. “반도체 불모지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고? 팔 곳도 없고 기술도 전무한데,” 오늘날 삼성전자는 1969년 32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벤처기업이다. 당시 우리나라 1인당 추정 GDP는 243달러에 불과하였고 인구 3100만 명, 출산율 4.62로 지구상 최빈국 수준이었지만 경제개발을 모멘텀으로 역동적인 희망을 키우던 시기였다.

“농사지을 땅도 모자란데 고속도로를 만든다고? 그것도 왕복 4차선으로?” 세계 최단기간 완성한 총연장 428km의 경부고속도로는 51년 전 우리의 잠재된 도전정신을 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필리핀에 차관을 요청하러 갔다가 거절당하고 즉시 독일로 건너가 독일 총리로 부터 과거를 딛고 일본과 경제성장을 위한 화합과 협력을 당부하는 조언과 함께 차관을 받는데 성공한 고 박정희 대통령. 당시 독일 노동자로 파견되어 가난한 나라의 국민이 감당해야 할 설움을 안고 살아가던 우리 광부와 간호사들이 소중하게 모은 돈을 박 대통령 부부에게 전달하였고, 박 대통령 내외가 눈물로 다짐한 약속이 새삼스레 가슴을 적신다.

“여러분들의 눈물과 땀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류시화 시인이 소개한 뉴욕 어느 서점 유리에 붙어 있는 작자미상의 글귀 하나가 인상 깊다. ‘나무에 앉은 새는 가지가 부러질까 두려워하지 않는다. 새는 나무가 아니라 자신의 날개를 믿기 때문이다.’ 환경을 두려워 말고 도전하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작가는 말한다.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고.

도전하는 모든 것은 가치가 있다. 오래전 ‘히말라야 양들의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가’를 소개한 산문집을 읽은 적이 있다. 히말라야 고산족은 양을 매매할 때 독특한 방법으로 값을 매긴다. 양의 크기가 아니라 양의 성질에 따라 값을 결정하는데 방법은 매우 간단하고도 흥미롭다. 가파른 산비탈에 양을 놓아두고 살 사람과 팔 사람이 함께 양의 행동을 지켜본다. 험난한 산비탈을 올라가며 풀을 뜯는다면 덩치가 작고 몸이 야위었어도 아주 높은 값을 매긴다. 반대로 아래로 내려가면서 풀을 뜯으면 아무리 덩치가 크고 살이 쪘더라도 낮은 가격을 매긴다. 이유는 풀을 뜯으며 아래로 내려가는 대수의 양들은 산비탈 아래 좁은 계곡에 이르면 결국 경쟁에 의해 굶주려 죽게 된다. 반면 위로 올라가려는 소수의 양은 당장은 힘들지만 갈수록 경쟁이 적어지고 넓은 초원에 이르게 되면서 영양도 체격도 좋아지기 때문이다.

“임자 해 봤어?”

불굴의 의지로 소떼 수천마리를 몰고 판문점을 넘어 북의 고향을 향하던 노년의 재벌 회장 모습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도전과 노력으로 함께 일군 성과를 몰고 가난한 북녘 동포를 향하는 번영의 메시지였다. 더 늦기 전에 제대로 전해주어야 할 전설의 실화들. ‘라 떼는 말이야’ 식상한 소리 대신, 청년세대도 공감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소중한 성공스토리, 공감의 ‘라 떼’. 그것은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는’ 우리가 기억하고 가르치고 전해야 할 기업가정신 ‘노빠꾸 스토리’에 있다. 지금이 그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