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범죄 온상' 비난에도 YG는 계속 되어야 한다

by김은구 기자
2019.08.19 14:49:50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YG엔터테인먼트의 추락이 이어지고 있다. K-POP 한류를 대표해온 가수 제작, 매니지먼트 기반 가요 기획사 중 톱2로서의 위상은 이제 오간데 없다.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관련 기사의 댓글에는 ‘범죄의 온상’이라는 비아냥조부터 ‘간판을 내려라’ 등 공격적인 내용도 다수 올라와 YG에 대한 대중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

창업자이자 실질적 수장이었던 양현석 전 대표 프로듀서와 빅뱅 승리, 아이콘 비아이 등 간판 스타들이 연루된 각종 불법 행위 및 연관성에 대한 의혹 때문이다. 양현석 전 대표 프로듀서가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성접대 혐의에 이어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도 입건돼 최근 경찰이 서울 마포구 합정동 YG 사옥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양현석 프로듀서는 도박자금 정산을 위해 YG 계열사를 동원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YG의 간판 아이돌 그룹이었던 빅뱅의 승리는 마약 등 각종 범죄가 저질러진 것으로 알려진 클럽 버닝썬의 운영에 관여하고 도박을 한 혐의, 비아이는 마약, 빅뱅 대성은 자신 소유 건물에 입점한 유흥업소들의 불법 영업 방조 및 탈세 의혹 등을 받고 있다.

대중의 지지를 받으며 성장하고 수익을 올리는 게 연예인, 연예 기획사다. YG에 대한 대중의 분노는 자신들이 쏟아온 애정에 대한 배신감의 발로다. 이 같은 상황에 최근 ‘경제전쟁’으로 불리는 한국과 일본의 갈등까지 겹치며 YG 주가 역시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 1월 5만원을 넘어갔던 주가는 지난 16일 52주 신저가 2만400원을 기록하는 등 2만원 대 수성도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양현석 프로듀서, 승리 등 전·현 소속 연예인들에 대한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YG가 이대로 회복불능 상태로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YG의 위기를 방치해서는 안되는 게 사실이다. 기업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일들이 아닌 개인들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YG는 본사만 300명이 넘는 임직원들이 소속돼 있다. YG의 존폐는 이들 임직원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의 생계까지 걸린 문제다. 과거 YG에서 근무한 한 관계자는 현재 상황과 관련해 “YG는 각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스카우트된 인재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며 “그 사람들은 대부분 맡은 일만 열심히 했는데 양현석 프로듀서와 일부 소속 연예인들로 인해 회사가 직면한 위기를 함께 감내해야 하는 게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어 “YG에서 임직원들의 업무 수행 능력도 무시할 수 없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아이돌 그룹을 비롯해 YG가 그 동안 축적한 가수 제작 노하우도 대한민국에서 대표급이라고 하기에 부정할 수 없을 터다. 빅뱅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K-POP을 대표하고 있으며 투애니원도 한 시대를 풍미한 걸그룹이다. 위너, 아이콘 역시 차트 1위를 경험해 봤을 정도로 인지도를 확보했고 블랙핑크는 차세대 K-POP의 간판 걸그룹 중 하나로 손색이 없을 만큼 성장을 했다. 뿐만 아니라 YG에는 이하이, 악동뮤지션 등 대중의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가수들, 최지우와 차승원, 강동원 등 한류스타급 배우들도 소속돼 있다. YG의 프로듀서 라인업과 음반제작 및 매니지먼트 노하우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더구나 YG는 코스닥 상장사다. 회사의 주인은 주주들이다. 양현석 프로듀서를 비롯한 9명이 36.43%, 네이버 9.13%, 국민연금공단7.18%의 지분을 각각 갖고 있지만 주주들 중에는 ‘개미’로 불리는 소액 투자자들도 상당할 것이다. YG의 상황 악화는 이들에게도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간다.

물론 무턱대고 YG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YG 스스로 대중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자정을 위한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소속 연예인들에 대한 관리 강화의 구체적인 방안 제시와 실천이 대표적인 예가 될 터다. 또 양현석 프로듀서와 동생인 양민석 전 대표는 지난 6월 비아이의 마약 혐의에 대한 경찰 조사를 무마하는데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사퇴를 선언했다. 이들은 당시 ‘YG의 모든 직책과 업무를 내려놓으려 한다’는 표현을 썼다. 그러나 결국 YG는 양현석 프로듀서의 결정이 있어야 모든 일이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은 여전하다. 양현석 프로듀서 등은 여전히 YG의 최대 주주다.

혐의가 확정이 된다면 양현석 프로듀서와 관계를 어떻게 정리할지도 YG가 결과로서 대중에게 보여줘야 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