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이후 첫 180석 공룡여당…"21대 협치위해 국회상설화 필요"

by신민준 기자
2020.04.27 06:00:00

이데일리 의원입법 관련 라운드테이블
'여소야대→여대야소' 정치 지형 변화
20대 보이콧 빈번해 역대 최악 식물국회 오명
"여야, 입법 생산성 향상·신뢰회복 필요 공감"
"국회상설화 관련 법 20대서 처리 시급"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 신중해야"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을 확보하면서 21대 국회는 여대야소(與大野小) 구도가 됐다. 여소야대(與小野大) 구도였던 20대 국회와 정반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20대 국회는 상습적인 국회 보이콧으로 역대 최악의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얻었다. 전문가들은 20대 국회에서 식물화된 의원입법의 정상화와 협치(協治)를 위해 국회를 상설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국민입법청원심사위원회 설치 등 공룡여당의 입법 독주 견제 장치 마련과 함께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와 법무법인 대륙아주 입법전략센터가 24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제21대 총선과 의원입법의 현황·개선방안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영범(왼쪽부터) 건국대학교 교수, 박정수 한국정책회장(이화여대 교수), 김종석 미래한국당 의원,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승철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차동언 법무법인 대륙아주 입법전략센터장이 대담을 하고 있다.
차동언 법무법인 대륙아주 입법전략센터장은 지난 24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열린 법무법인 대륙아주 입법전략센터와 이데일리가 공동 주최한 ‘21대 총선과 의원입법 현황·개선방안’ 라운드테이블 발제에서 “21대 총선에서 거대 여당이 등장했다”며 “협치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 헌법 40조는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고 규정해 국회의 본원적 기능은 입법작용임을 명시하고 있다”며 “의원 입법은 꼭 많이 발의된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국회 통과와 집행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오는 5월 29일에 임기를 마치는 20대 국회는 상임원위회와 본회의 보이콧 반복과 여야의 끊임없는 공방 탓에 역대 최저의 법안 처리 실적을 기록했다. 법안 처리율(발의주체별, 26일 기준)은 35.7%(2만4023건 접수해 8574건 처리)로 역대 최저인 19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 42.8%보다 훨씬 낮았다. 국회의 본원적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는 얘기다.

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의원입법 관련 4·15 총선 공약으로 임시국회 개회와 상임위 운영 의무화를 내세웠다. 이른바 일하는 국회를 통해 식물국회로 잃은 국민의 신뢰 회복하고 국회 입법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민주당은 국민의 입법 참여의 길도 열어놨다. 국민이 국회정보시스템을 통해 국회에 국민입법청구법률안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국회에 국민이 참여하는 ‘국민입법청원심사위원회’를 설치해 제안된 법률들을 국민의 눈높이에서 심사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국회의원이 헌법 제46조에 규정된 의무를 위반할 경우 의원직을 파면할 수 있도록 국민소환제 도입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통합당의 총선 공약은 과잉 입법 방지에 방점을 찍었다. 통합당은 의원들이 의원입법을 남발해 각종 규제가 과잉 양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의원입법은 정부입법과 달리 규제영향에 대한 규제 검토가 없기 때문에 여과장치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통합당은 중요 규제관련 법안의 경우 법안을 발의하는 의원이 직접 규제영향분석을 제출하도록 법적근거를 마련해 의원들이 좀 더 책임감을 갖고 법안을 발의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차동언 센터장은 “여야의 의원입법 총선에 비춰봤을 때 국회의 입법생산성을 향상하고 국민의 신뢰 회복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하고 있다”며 “상시국회 운영체계 마련과 윤리특별위원회 상설화 등 국회상설화에 대해 여야가 모두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인 만큼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입법과정이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고 국민의 의견이 입법에 적극 반영돼야 한다. 법안의 위헌성도 사전에 제거돼야 한다”며 “입법으로 재정 건전성이 침해되지 않고 기존 법체계와 모순되지 않는 법률을 입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21대 국회에서 공룡여당의 입법 독주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사실상 개헌을 빼고 국회 입법 활동에서 무소불위 권한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경제 상황이나 사회 여건이 급변해 소수 정당이 지향하는 법안을 국민 다수가 선호하게 되더라도 여당의 정강·정책 방향과 어긋나면 소수 정당 발의 법률안은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 부결될 가능성도 있다. 이를 위해 국민입법청원심사위원회 설치는 꼭 현실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법사위의 법안 체계·자구 심사권 조항 폐지 여부에 주목했다. 민주당은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대 국회 법사위 체계·자구심사 단계에서 법안 내용 중 본질적인 부분이 수정되거나 의도적으로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률안이 법사위에 장기 계류되는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다.

하지만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로 거대 정당의 입법 독주를 막는 합법적 저지 수단의 역할을 해왔던 법사위원장 자리가 의미를 잃는다는 우려도 있다. 16대 국회 이후 관례적으로 거대 정당 견제 장치로 법사위원장 자리는 제1야당의 몫이었다.

차 센터장은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이 폐지되면 사실상 국회에서 소수 정당이 거대 정당의 중점 추진 법안을 제어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법사위가 법안심사 과정에서 객관적인 조정 역할을 맡아왔다. 이런 점에 비춰봤을때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