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 서초 아파트’ 경매 따내려 2억 더 쓴 사람들

by김미영 기자
2020.01.08 06:00:00

올해 첫 문 연 서울중앙법원 입찰법원 가보니
경매시장도 ‘9억 이하 아파트’ 인기몰이…경쟁률 10:1
9억 넘는 고가주택 줄줄이 유찰
2000만원짜리 밀리오레 점포, 300만원에도 안팔려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새해 들어 처음으로 7일 문을 연 서울중앙법원 입찰법정. 지난해 12·16 대책 이후 9억원 이하 아파트가 인기를 얻고 있는 서울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법원 경매 시장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똑같은 강남권 아파트라도 9억원을 훌쩍 넘는 고가 주택엔 응찰자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9억원을 밑도는 아파트는 두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날 입찰법정에는 겨울비 속에서도 60여명이 자리했다. 흰머리 희끗한 노인부터 홀로 온 젊은 여성까지 연령대는 다양했다. 이날 경매에 붙여진 27건(토지와 주택, 상가 포함) 가운데 입찰이 이뤄진 건 8건. 종로구 구기동과 평창동, 서초구 양재동 토지 등이 차례로 단독 입찰자의 손에 넘어갔다.

이어 서초구 서초동 서초4차현대아파트 물건에 10명이 응찰했단 집행관 발표가 나오자 법정은 순간 술렁였다. 이날 나온 최대 경쟁률로, 지난해 아파트 등 주거시설 평균 경쟁률(5.8 대 1)도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이 물건은 2000년에 준공된 160가구 단지 내에 위치한 9층 전용면적 52㎡로 이번에 처음 경매시장에 나왔다. 지난해 4월 기준으로 감정가가 7억1300만원으로 매겨졌지만, 같은 해 12월에 이 단지의 전용 64㎡ 매물이 15억원에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 시세는 감정가를 훌쩍 넘을 것이란 계산에 응찰자가 쏠린 눈치였다.

실제로 최고가는 9억6888만원으로,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135.9%에 달한다. 대전에 주소지를 둔 이모씨가 대리인을 통해 낙찰 받는 데 성공했다. 2위 응찰액은 9억3888만8888원을, 3위는 9억1500만원이었다. 감정가에서 2억원 넘는 웃돈을 주고서라도 낙찰 받으려 한 이들끼리 경쟁했단 얘기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응찰자들이 관리비 미납금, 양도소득세 등을 내고도 차익실현이 가능한 10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비해 종로구 옥인동 단독주택(감정가 44억1282만원), 서초구 신원동 힐스테이트서초젠트리스(17억2000만원), 종로구 창신동 주택(9억8435만원) 등 나머지 고가의 주택은 줄줄이 유찰됐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일반 아파트처럼 경매로 얻은 아파트도 9억원이 넘으면 대출규제가 강해졌기 때문에 고가 주택은 올해 응찰자가 다소 줄어들 것”이라고 봤다.

주거시설의 인기는 양극화 양상을 띠었지만 상가는 올해에도 하나같이 고전했다. 이날 경매에 붙여진 상가점포 모두 새 주인을 찾는 데에 실패했다.

중구 을지로6가의 굿모닝시티쇼핑몰 내 4개 점포는 또다시 무더기로 유찰됐다. 각각 감정가 4500만원으로 지난해 10월 경매시장에 처음 나왔던 이 점포들은 3차례 유찰되면서 최저 입찰가가 절반 아래로 떨어지게 됐다. 같은 동네에 위치한 밀리오레 점포의 사정은 더 나빴다. 2018년 12월 2300만원에 나온 이 점포는 최저 입찰가가 247만원, 감정가의 11%까지 떨어진 상태다. 6차례 유찰 후 603만원에 매각됐지만 낙찰자가 돈을 내지 않아 재경매에 붙여지면서 이번까지 총 10차례 유찰되는 오명을 썼다.

한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주거시설 평균 낙찰가율은 81.2%로 특히 서울지역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8~11월 100%를 넘는 기염을 토했다. 12월도 98%로 마감했다. 반면 업무상업시설 낙찰가율은 59%로, 전년 대비 8.6%포인트나 하락했다.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법원 입찰법정 모습(사진=김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