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화재참사, 돈벌이 욕심·관리부실이 키웠다

by신상건 기자
2018.02.01 06:00:00

13·16인실 등 과밀 병실 운영에도 법망 피해 영업 지속
의료진 턱 없이 부족하고 소방설치 미비에도 인증받아
"안전 관리체계 갖춰야 제2의 밀양화재 예방 가능 "

지난 26일 화재가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 (사진=이데일리 DB)
[이데일리 신상건 박진환 이슬기 기자] 19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 화재는 병원 측의 무리한 돈벌이 욕심과 총제적 관리 부실이 빚어낸 참사로 드러났다. 특히 과밀병실 등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정황이 나타나면서 일명 ‘사무장 병원’으로 운영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찰은 세종병원 운영 실태 전반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밀양 세종병원은 중풍 환자 등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병원으로 2004년 7월 설립됐다. 당초 치매와 뇌졸중 등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중점 치료하는 요양병원으로 운영되다 2008년 의료법인 효성의료재단이 인수한 뒤 일반병원인 세종병원을 추가 신설했다. 설립 초기에는 3층 건물이었지만 2005년 기존 건물을 5층으로 증·개축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병원 옆 지하 1층·지상 2층 병원 건물(연면적 1489.49㎡)을 신축하고 있다. 병실 역시 2008년 3월 7개 병실 40병상 규모로 병원 허가를 받았지만 병상 수를 계속 늘려 95병상으로 몸집을 불렸다.

병실도 과밀 상태였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3층엔 20명이나 되는 환자들을 병실 한 곳에 몰아놨고 거동이 어려운 중환자들까지 수용했다. 생존 환자 중 13인실과 16인실까지 존재했다는 증언이 나왔으며, 6인실 공간에 침상 1개를 추가해 7인실로 운영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과도한 몸집 불리기가 가능했던 것은 현행법상 의원과 병원급 진료기관의 경우 병실당 환자 수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화재가 처음 발생한 세종병원은 일반병원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현 의료수가 체제에선 수용 환자 수가 많을수록 돈을 벌 수 있다”며 “병원 시설 관리·감독은 요양병원이 더 까다로운 측면이 있어 운영은 요양병원으로, 의료보험은 일반병원으로 청구하는 방식이 많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세종병원 내 환자 1인당 평균 면적은 4.6㎡였다. 지난해 2월 개정된 의료법에는 환자 1인당 면적을 6.3㎡ 이상 확보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세종병원은 1992년 사용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개정된 의료법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 현행법 기준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좁은 병상에 많은 환자를 받았지만 26년 전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법망 피해 영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

세종병원은 병실 불리기에만 급급했지 의사·간호사 충원에는 무신경했다. 화재 당시 밀양 세종병원에 근무하던 의사는 3명, 간호사는 6명이다. 2016년 기준 세종병원의 하루 평균 입원 환자와 외래환자를 감안할 때 적정 의료인력은 의사 6명, 간호사 35명이다. 적정 의료인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시정명령과 영업정지도 받을 수 있지만 세종병원은 2014년 벌금 100만원을 낸 뒤 한 번도 제재를 받지 않았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세종요양병원은 2015년 11월 관련법에 따른 소방시설을 모두 갖췄다며 의료기관인증평가원(평가원)의 인증을 받았다. 전국의 요양병원은 2015년 7월 1일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 됐다. 하지만 병원들이 비용 문제를 제기하자 평가원은 기존 설립 병원의 경우 3년 유예기간을 주고 인증을 내줬다. 인증 부여 후 3년간 스프링클러 설치를 완료하란 의미다. 평가원 인증 유효기간은 4년으로 세종요양병원은 이 조건만 지키면 2019년 11월까지 인증이 유지된다.

이같은 느슷한 규제 탓에 요양병원 10곳 중 4곳은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상태다. 소방청에 따르면 전국 용양병원 1358곳 중 816곳만 스프링클러를 설치 중이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밀양 화재참사는 불법 증축 등 총제적 부실이 빚은 참극”이라며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안전관련 예산을 확충해 지방도 수도권에 준하는 안전 관리·감독 시스템과 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