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 '찰칵'…삶의 진한 '교감'

by김용운 기자
2015.12.22 06:15:10

윤정미 개인전 '반려동물' 전
반려동물과 사람가족 촬영한 30여점
이화익갤러리서 내년 1월18일까지

윤정미 ‘현주와 카키·서울·이태원동’(사진=이화익갤러리).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시각장애인과 그의 안내견을 찍을 때였다. 찍고 보니 주인과 안내견이 무척 닮았다. 반려견이 주인의 표정을 닮는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실제로 보니 굉장히 신기하고 놀라웠다.”

윤정미(46) 작가가 개인전 ‘반려동물’ 전을 열고 겨울바람이 매서운 한겨울에 사람과 동물 간의 훈훈한 교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를 펼친다. 윤 작가는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1999년 ‘동물원’이란 주제로 사진전을 연 이후 줄곧 카메라로 세상을 담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선 2008년부터 올해 하반기까지 반려동물과 그 가족을 촬영한 작품 30여점을 선보인다.

‘반려동물’을 촬영하게 된 계기는 우연이었다. 어느날 반려견과 함께 걷는 행인을 봤는데 둘이 닮았다 싶었고 이를 카메라에 담으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후에는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부딪쳤다. 한강공원에 나가 애견동호회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지인에게 부탁해 소개를 받았다. 동물병원을 찾아가 전단지도 붙이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가입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개와 고양이뿐 아니라 거북이와 이구아나, 친칠라까지 다양한 동물과 주인이 프레임 안으로 들어와 작품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반려동물과 주인은 서로 닮는다는 것이 더 명확해졌다.



“우울증을 앓는 이가 있었는데 강아지의 표정도 침울했다. 상당히 멋쟁이인 한 여성의 강아지는 유독 표정이 도도했다. 사진촬영을 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키는지 직접 경험할 수 있어 신기했다.”

윤정미 ‘현서와 스탠과 데이지·서울·성북동’(사진=이화익갤러리).


특히 윤 작가가 주목한 것은 반려동물과 가족의 ‘사연’이었다. 단순히 그들을 ‘초상화’처럼 담기보다 생활공간에서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기 위해 애썼다. 작품제목이 ‘현주와 카키·서울·이태원동’ ‘현서와 스탠과 데이지·서울·성북동’인 것도 그런 이유. 반려동물과 주인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이름은 물론 함께 사는 공간까지 알려줘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윤 작가도 ‘반려동물’ 작업을 하며 ‘몽이’라는 개를 4년 전 식구로 맞아들였다. 지금은 군대 간 아들의 빈자리를 ‘몽이’가 대신할 정도로 정이 들었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으면 삶에 많은 변화가 생긴다. 그 변화는 말 못하는 동물과의 교감에서 시작한다. 교감이 일어나는 공간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기 위해 애썼다. 사진을 보는 관람객이 그런 교감에 마음이 따뜻해지면 좋겠다.” 서울 종로구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내년 1월 13일까지. 02-730-7818.

윤정미 ‘정현과 초록이와 뽈뽈이·서울·하월곡동’(사진=이화익갤러리).
윤정미 ‘길수와 철수·서울·용산동’(사진=이화익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