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의낭군님]①불안했던 편성→tvN 자존심으로

by김윤지 기자
2018.10.24 12:00:00

사진=에이스토리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백일의 낭군님’이 반전 드라마를 쓰고 있다. 익숙한 퓨전 사극일 것이란 편견을 깨고 tvN 효자 드라마로 자리매김했다. 종영까지 2회를 앞둔 케이블채널 tvN 월화 미니시리즈 ‘백일의 낭군님’(극본 노지설, 연출 이종재, 이하 ‘백낭’)의 성과를 짚어봤다.

◇월화극 최고 이어 tvN 자존심으로

‘백낭’은 현재 유일한 10%대 시청률을 기록 중인 미니시리즈다. 시청률 집계 기준이 달라 지상파와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지상파 주중 미니시리즈 모두 한 자릿수인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성적이다. 지난 22일 방송한 13회는 월요일 시청률 강자인 KBS1 ‘가요무대’도 넘었다. ‘또 오해영’(2016)이 보유하고 있던 역대 tvN 월화 드라마 최고 시청률도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tvN 드라마로 범위를 좁혀도 의미있는 성과다. ‘백낭’을 제외한 요즘 tvN 드라마는 고전 중이다. 수목 미니시리즈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은 2~3%대, 금요 드라마 ‘빅 포레스트’는 1~2%대 시청률이다. 그나마 토일 미니시리즈 ‘나인룸’이 4~5%대 시청률로 집계됐지만 전작인 ‘미스터 션샤인’과 비교하면 반토막이다.

특히 월화 오후 10시는 드라마 격전지다. 지상파 3사와 tvN, 오후 9시30분으로 시간대를 옮긴 JTBC까지 총 5개 채널이 맞붙는다. ‘백낭’이 이처럼 치열한 시간대에 배치된 이유는 방영 전까지 특별한 기대감이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tvN의 주력 시간대는 토일(구 금토)이다. 굵직한 대작이 대체로 해당 시간대에 자리 잡는다. 다음은 지난해 신설된 수목 시간대다. ‘슬기로운 감빵생활’, ‘마더’, ‘나의 아저씨’, ‘김비서가 왜그럴까’, ‘아는 와이프’ 등이 수목에 편성돼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조건을 극복했다는 점에서도 ‘백낭’의 성공은 반전으로 해석되고 있다.



사진=에이스토리
◇‘백낭수열’을 아십니까

성공 비결은 간단하다. 잘 쓰인 대본과 아름다운 영상, 배우들의 호연이다. 익숙하다 못해 ‘진부한’ 이유다. 노지설 작가는 로맨스와 궁중암투란 두 가지 요소를 적절히 섞었다. 어린 시절 인연으로 얽힌 율/원득(도경수 분)과 이서/홍심(남지현 분)의 로맨스는 청량하게, 그 외 미스터리는 촘촘하게 이야기를 짰다. 마지막까지 힘 있는 전개가 가능한 배경이다. 사전제작도 완성도를 더했다. 제작발표회 당시 폭염에 고생한 후일담이 연이어 등장했지만, 고생한 만큼 눈부신 장면들이 화면에 담겼다.

이 같은 노력은 시청률에 반영됐다. 출발부터 역대 tvN 월화 드라마 최고 시청률인 5.026%(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가구기준)였다. 추석 연휴 기간을 제외하면 매회 조금씩 시청률이 상승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진 덕분이었다. 매회 약 1%씩 올라 ‘백낭수열’이란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재미있으면 통한다’는 진리가 다시 확인된 셈이다. 꾸준히 상승한 시청률은 자체 최고 12.67%(14회)까지 기록했다. 역대 tvN 드라마 TOP4인 ‘시그널’(2016, 자체 최고 13.4%)까지 넘보고 있다. ‘시그널’ 포함 ‘도깨비’(20.5%), ‘응답하라 1988’(19.6%), ‘미스터 션샤인’(18.1%) 모두 주말 편성이었다. ‘백낭’은 tvN 평일 기준으론 역대 최고 기록이다.

사진=에이스토리
◇‘tvN 사극’도 가능하다는 자신감

tvN은 그동안 사극 불모지로 통했다. 젊은 채널이란 이미지와 대형 프로젝트였던 ‘삼총사’(2014)의 실패가 한 몫했다. 지난달 종영한 ‘미스터 션샤인’ 또한 사극이 아닌 시대극이었다. 오랜만에 등장한 청춘 사극 ‘백낭’이 이 징크스를 보기 좋게 무너뜨렸다.

해외 반응도 좋다. 업계에 따르면 리메이크 판권·방영권 판매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중국 평가 사이트인 두오반(Douban)에서 8.4점을 받는 등 중국어권 반응도 뜨겁다. 조만간 리메이크가 될 거란 소식도 들린다. ‘백일의 낭군님’이 벌어들일 수익에도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