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 "弱달러보다 가파르고 强위안보다 강하다"
by김경은 기자
2020.12.04 05:00:00
달러 하락 속도보다도 가파른 원화
주요 교역국인 위안·엔화에도 강세
실질실효환율 과거 4년보다는 낮아
해외공장이전 등 과거보다 파장 적어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최근 원화가 달러를 비롯해 주요 교역대상국 통화보다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문제는 원화의 방향성보다 속도다. 숨 가쁘게 달리는 원화 절상 속도에 우리나라 수출품이 주요 교역 대상국보다 상대적으로 더 비싸지면 수출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서다. 당장 수출기업의 수익성 악화도 우려된다.
다만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한 기업이 늘었고 최근에는 원자재 수입가격이 수출가격보다 더 내려간 점 등을 고려하면 환율로 우리 경제가 입는 타격을 상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종합적인 원화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실질실효환율(REEF)의 수준이 여전히 과거에 비해 높지 않아 환율의 부정적 여파가 예전보다는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달러인덱스(DXY)가 2일(현지시간) 기준 연고점 대비 11.36% 하락한 가운데,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14.67% 상승했다. 반면 코로나19 위기에서 빠르게 경제를 회복하고 있는 위안화도 역외에서 달러 당 8.48% 하락(연고점·5월22일) 하는 데 그쳤다. 원화가 주요 교역 상대국보다 가파르게 절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주요 교역 국가 통화와 비교해 원화의 종합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도 급등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 10월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 교역 대상국 화폐가치와 비교한 실질실효환율은 전달 대비 1.96 오른 107.92를 기록하며 연중 최고를 기록했다. 증가폭도 2018년 8월(2.08) 이후 2년2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실질실효환율은 두 나라 간 돈의 상대가치를 나타내는 명목환율과 달리 주요 교역대상국 전체의 환율변동에 대해 원화의 가치 변동을 파악하는 지수다. 무역비중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산출해 교역환경에서 한 국가의 통화의 상대적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 미국, 일본 등의 무역비중이 큰 만큼 달러화, 위안화, 엔화 환율에 값이 좌지우지된다. 통상 실질실효환율지수가 100 이상이면 주요 교역대상국보다 고평가, 100 이하면 저평가를 나타낸다.
실질실효환율 상승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11월에도 달러 대비 원화는 평균 1115.2원으로 전월(1141.93원)보다 2.3% 하락(원화 가치 상승)했다. 달러뿐만 아니라 위안화 당 원화가치도 0.8% 상승(1위안당 평균 168.94원)했고, 엔화에 대해서도 1.6% 올랐다(100엔 당 1068.43원). 주요 교역 대상인 미국, 중국, 일본보다 한국 상품이 상대적으로 더 비싸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가파른 상승세에도 최근 4년에 비하면 아직 수준은 높지 않은 편이다. 2016년(109.0), 2017년(112.5), 2018년(113.4)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던 실질실효환율은 지난해 108.5로 떨어졌지만 올해보다 높았다.
이에 실질실효환율을 고려하면 우리 수출기업의 부담이 과거 환율 하락기보다 양호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경기 회복에 따른 가파른 원화 강세 속도로 수출 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실질실효환율로 본 원화 강세폭은 크지 않다”며 “원화 환율은 수출 회복을 지지하는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가 최악을 지나 회복세로 접어든 만큼 환율 절상에도 수출회복세는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과거 원화 강세 시기(2016년 3월~2018년 3월)에도 되레 수출이 늘었는데 글로벌 경기가 회복 국면에 있을 때 수출이 좋아지고 이는 다시 원화의 가치가 높아지는 결과를 불러왔다는 설명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우리나라 수출품의 품질경쟁력도 높은 수준에 와있다”며 “수입 중간재를 많이 쓰고 해외로 생산시설이 많이 나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수출에 미치는 환율 하락의 부정적 영향이 상쇄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