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군 좋은 목동, 재건축 시동까지 걸리니 아파트값 ‘쑥쑥’

by김미영 기자
2019.12.16 05:00:59

목동 품은 양천구, 아파트값 상승률 0.31%…서울서 최고
학군 수요 몰리고 재건축 속도…건설사들도 기대감 높여
“상한제 카드도 효과 없어…매물 늘리는 수밖에”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서울 목동 아파트값이 무섭게 오르고 있다. 정부의 입시제도 개편에 학세권 강점이 부각되고, 초기 재건축 단지들의 발걸음이 빨라지면서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향후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지역으로 추가 지정하더라도 집값 고공 행진을 쉽사리 잡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5일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목동이 속한 양천구는 이달 둘째주에만 아파트 변동률이 0.54%였다. 서울 25개구 중 가장 큰 상승률로, 서울 전체 평균 0.17%를 훌쩍 넘는다.

양천구 아파트값은 정부에서 자립형 사립고 등을 일반고등학교로 전환하겠단 방침을 밝힌 지난 10월부터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10월 들어 매주 0.1% 안팎으로 오르던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지난달 후반부터 0.15%, 0.18%로 상승폭이 점차 확대됐다. 10월부터 이달 첫주까지 변동률이 1.78%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크다.

신고가 기록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달 21일엔 목동신시가지 4단지 전용면적 47.25㎡ 아파트가 10억4900만원에 실거래됐다. 같은 달 3일 평형와 층수가 똑같은 매물이 9억7000만원에 거래된 지 20여일도 안돼 8% 이상 오르며 10억원을 돌파했다. 6월초 거래가인 8억7000만원와 비교하면 20% 넘는 폭등이다.

목동힐스테이트는 10월 말 전용 84.98㎡짜리가 14억원 신고가를 찍었다. 7월 말 거래가는 11억3000만원이었다. 현재 호가는 16억원에 달해, 매매만 성사되면 신고가 경신이다. 목동신시가지 11단지에선 전용 66.24㎡ 2층 아파트가 8월 중순에 8억9800만원에 거래됐으나 지난달 중순엔 10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10단지에선 10~11월 전용 105.58㎡ 14억3500만원, 전용 70.2㎡ 11억원, 53.82㎡ 9억원 등 매물이 거래되는 족족 신고가 기록을 찍고 있다.



목동 P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목동은 지금 단지를 가리지 않고 모든 시세가 깜깜이 같다”며 “자고나면 가격이 오르니 집주인들은 물건을 거두고 호가를 올려서 시세를 알기 힘들다”고 했다.

목동 아파트 몸값을 높인 건 역시 학군 수요다. 2025년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려는 정부 방침에 학군 수요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단 분석이 우세하다. 건물 꼭대기까지 빽빽하게 학원이 들어선 학원가 근처의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에서 특히 오름세가 강한 이유다.

최근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는 재건축 이슈도 한몫하고 있다. 최근에 목동신시가지 11단지가 양천구청에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했고 5, 6, 9단지는 정밀안전진단 신청을 이미 마친 상태다. 8, 10, 12단지 등은 정밀안전진단 신청을 위해 주민들을 상대로 모금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목동 아파트들의 재건축엔 대형건설사들도 초반부터 발을 담그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7단지는 지난 14일 재건축준비위원회에서 ‘삼성 래미안과 함께하는 재건축 비전설명회 및 재준위 창립 총회’를 열었다. 10단지는 지난 10월 정밀안전진단 모금 설명회를 ‘현대건설 디에이치’와 함께 했다. 이전엔 GS건설이 9단지, 대림산업이 13단지 재건축 설명회에 각각 참여했다.

정부에서 집값이 요동치는 목동을 분양가상한제 지역으로 추가 지정할 수 있단 관측이 있지만, 상한제 카드는 집값 진정이란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안전진단 문턱을 넘어도 재건축 본궤도에 오르기까진 최소 4~5년이 걸려 당장 ‘약발’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울 전체에 휘몰아친 매물 잠김 및 아파트값 상승 추세가 꺾이기 전까진 목동 집값이 상승세를 이어가리란 전망이다.

이기재 좋은도시연구소 대표는 “목동 집값에 교육특구의 특수성이 반영된데다 동네마다 내걸린 플래카드들은 재건축이 곧 될 것처럼 기대감을 주고 있다”며 “상한제 규제를 받는 강남 3구도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어 목동에 규제를 해도 집값을 잡긴 힘들 것”이라고 봤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수요자들이 부담스러운 가격대에 진입하면 추가 상승 동력이 떨어질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목동이 꺾일 분위기가 아니다”며 “매도 물량을 늘려 서울 전체 집값을 안정시킬 대책이 나오기 전까진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