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섭외 1순위 '펭수'…이달부터 '굿즈' 쏟아진다

by이성웅 기자
2019.12.02 06:30:00

펭수, 8개월여 만에 구독자 100만 명 돌파
스파오, 이달 중순 협업 의류 출시
동원F&B, 빙그레 등 식품사도 협업 논의 진행 중

EBS의 펭귄 캐릭터 ‘펭수’.(자료=EBS)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EBS의 인기 캐릭터 ‘펭수’가 8개월여 만에 유튜브 구독자 100만명 유치에 성공했다. 펭수가 어린이는 물론 20~30대까지 세대를 초월해 인기를 끌면서 패션업계와 식품업계를 비롯한 유통가에서 펭수 섭외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EBS 측은 이달부터 내년 1월까지 펭수 ‘굿즈(캐릭터 상품)’가 잇따라 출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1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이랜드월드가 운영하는 SPA(일괄 제조·유통) 브랜드 스파오는 이달 중순께 펭수 협업 상품을 출시한다.

이번 협업은 스파오 측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공영방송인 EBS는 펭수 캐릭터의 상업적 활용에 상당히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왔지만, 스파오 측의 적극적인 구애로 합의점에 도달했다. 스파오 측은 ‘해리포터’, ‘짱구는 못말려’ 등 그동안의 캐릭터 협업 성공 사례를 강점으로 어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업에 스파오가 지급한 비용이나 수익 배분 조건 등은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 없다. 다만 ‘해리포터’나 ‘디즈니’와 같은 글로벌 A급 지식재산권(IP)에 버금가는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식품업계에서도 펭수와의 협업을 위한 물밑작업이 한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동원참치’를 생산하는 동원F&B다. 펭수는 그동안 영상을 통해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참치’를 꼽아왔다. 중독성 있는 광고음악(CM송)으로 화제가 된 동원참치 CF를 패러디한 ‘남극참치헌정송’ 영상을 자체 유튜브 채널에 올리기도 했다. 동원참치 CF를 패러디한 영상에 ‘사조참치’ 제조사로 경쟁관계에 있는 사조그룹이 직접 댓글을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펭수가 동원참치 CF를 패러디한 ‘남극참치헌정송’ 영상의 일부.(자료=EBS)
동원F&B 관계자는 “펭수가 자체적으로 참치 콘텐츠를 만들 정도로 관심을 보여 EBS와 접촉을 시작했다”며 “이제 막 논의를 시작한 단계라 구체적인 협업 방식 등을 이야기하기엔 이르지만 협업을 하게 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빙그레 역시 펭수와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빙그레는 손흥민 선수를 아이스크림 ‘슈퍼콘’ 모델로 기용하면서 전년 대비 판매량이 2배나 늘었다. 이후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CF 속 손흥민 선수의 춤을 따라하는 ‘슈퍼콘 챌린지’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펭수가 사전 예고 없이 이 행사에 참여하고 해당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화제가 됐다. 펭수는 슈퍼콘 챌린지에서 137위를 차지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빙그레 측은 펭수와 콘텐츠 협업을 위한 협상에 나섰다. 빙그레 측은 펭수를 특정 제품의 공식 모델로 기용하기보단, 슈퍼콘 챌린지의 후속 영상을 제작하는 방식의 협업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빙그레 측은 “펭수와 협업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시간이나 비용이 상당히 들어갈 것으로 예상돼 브랜드 이미지 제고 차원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식을 제안했고 EBS 측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롯데제과도 펭수를 활용한 마케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모두투어나 롯데리아 등도 펭수의 영상에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또 EBS에선 펭수 인기에 힘입어 다음 달부터 문구용품과 사무용품, 생활용품 등 캐릭터 상품 출시를 진행할 계획이다.

광고업계에선 펭수를 마케팅에 활용할 경우 단순 간접광고(PPL)는 수천만 원, 정식 광고 모델 계약엔 5억 원까지도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펭수의 캐릭터 가치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상황은 감안해야 한다. 계약조건에 따라서도 협업 비용이 달라질 수 있다.

한편, 펭수는 남극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신장 210㎝에 열 살짜리 펭귄 캐릭터다. EBS가 운영하는 ‘자이언트 펭TV’ 채널에 EBS 연습생 신분으로 출연하고 있다.

채널 론칭 초기 펭수는 주로 EBS의 주 시청 층인 어린이들의 장래희망이나 학교생활과 관련한 영상에 등장했다. 그러다 지난 추석 연휴 기간 ‘EBS 아이돌 육상대회’에 출연한 모습이 유튜브 인기 동영상에 꼽히면서 2030세대에까지 널리 이름을 알리게 됐다.

열 살이라는 나이에 맞지 않는 직설적인 화법과 EBS의 김명중 사장 이름을 수시로 언급하는 대담함 등이 성인층에서도 인기를 끄는 요인으로 꼽힌다. 인기가 높아지면서 EBS 소속임에도 MBC나 SBS 등 타 방송국 출연도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