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인사이드]카뱅에 '이베이·예스24' 합류한 까닭은?

by전상희 기자
2018.05.08 06:00:00

당장 시너지 창출보다 향후 빅데이터 산업 잠재력에 베팅
유통업체 보유 거래 데이터가 신용정보로 활용 예측
윤호영 카뱅 대표 "이커머스 데이터 활용해 중금리 시장 개척할 것"

[이데일리 전상희 기자]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의 한 지인이 겪었다는 일화다. 그는 이 일화에서 빅데이터(Big data) 활용의 가능성을 엿봤다. 윤 대표는 현재 신용정보 규제로 막혀 있는 국내 빅데이터 산업이 활성화된다면 저금리와 고금리로 양분된 금리절벽을 해결해 중금리 시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증빙 소득이나 카드 이용 내역 위주의 기존 신용등급 산정체계에서 고금리로 밀려난 서민들의 상환능력을 보다 세밀하게 평가해 맞춤형 적정금리를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e-commerce) 업체인 ‘이베이(ebay)’와 도서·티켓 등 문화상품 판매유통업체인 ‘예스24(yes24)’가 카카오뱅크 주주사로 참여한 배경엔 이 같은 판단이 주효했다. 다른 주주사들과 달리 제휴 상품을 출시하는 등 당장의 시너지를 기대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빅데이터 산업의 잠재력에 기대를 걸었다.



카카오뱅크의 적극적인 러브콜로 합류한 이베이와 예스24는 출범 이후 지난해 11월과 지난달 말 각각 5000억원 규모로 실시한 유상증자에 연이어 참여했다. 현재 이베이와 예스24가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뱅크 지분율은 각각 4%, 2%다. 이들을 포함해 카카오뱅크의 주주사(보통주 기준 지분율)는 △한국투자금융지주 58% △카카오 10%(의결권 4%) △KB국민은행 10% △ SGI서울보증 4% △우정사업본부 4% △넷마블 4% △skyblue(텐센트) 4% 등 총 9곳이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카카오뱅크는 주주사 외에도 다양한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포석을 마련해두고 있다. 출범을 한 달 앞둔 지난해 6월 롯데와의 업무협약(MOU) 체결을 서두른 것도 그 일환이다. 유통업체가 보유한 다양한 거래 데이터가 기존의 신용정보의 빈틈을 메우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롯데와 유통·금융 ·융합 부문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해 계좌기반 결제모형 등 시스템 개발에 나설 뿐 아니라 신용정보 규제가 완화될 경우 금리 산정 시스템에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현재 카카오뱅크의 중금리 대출 실적은 건수 기준 전체 여신의 38%, 잔액기준으로 21%”라며 “현재는 SGI서울보증을 통해 중금리 대출을 실시하고 있지만 대출데이터가 계속 쌓이고 다른 산업의 빅데이터 활용이 가능해진다면 자체 신용평가시스템(CSS)를 구축해 중금리 대출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