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유승민·홍준표..몸 푸는 野 대권주자들

by김겨레 기자
2020.06.10 06:00:00

원희룡 9일 국회서 "가장 치열한 2년 살 것"
유승민·홍준표 "마지막 도전"
김종인 "대선주자 없다" 선 긋자 각자도생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21대 국회 개원 기념 특별강연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차기 대통령선거를 2년 앞두고 보수진영 잠룡들이 움직이고 있다. 홍준표 의원·유승민 전 의원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가운데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대권 도전 의지를 드러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9일 국회에서 미래혁신포럼 주최로 열린 21대 국회 개원 기념 특별 강연에서 “내 인생, 내 평생 가장 치열한 2년을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며 2022년 대선 도전을 시사했다. 갓 마흔을 넘긴 2007년 대선 경선 도전 이후 두 번째다.

원 지사는 “보수의 이름으로 패배의 아픔을 지닌 사람들과 함께 후반전 승리의 역전 드라마를 쓰자”며 “제가 남은 인생에 해야 할 일은 제가 받은 것을 돌려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저는 대한민국 현대사와 압축 성장의 산 증인이자 대표상품”이라며 “보수가 만든 질서인 기회 균등과 성취의 사다리를 온몸으로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제주도 무학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학력고사와 사법시험을 수석 합격했다. 그는 의원 시절부터 ‘흙수저의 희망’으로 유명세를 탔다.

원 지사는 자신이 “제주도 소년이 2005년엔 다보스포럼의 ‘영 글로벌 리더’로 선정됐는데 한국 정치인 가운데 유일했다.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었다”고 자부했다. 또 제주 도정 성과를 언급하며 자신이 보수 진영의 자산임을 강조했다. 그는 “제주도에 있으면서도 미래를 만들어왔다고 자부한다”며 “제주도에선 이미 전기차 특구, 드론, 블록체인, 코딩 교육 등을 이미 해오고 있다”고 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당 내에 대선주자가 없다”며 기존 대권 주자를 배제할 조짐이 보이자 각자 살 길을 찾아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 지사는 이날 김종인 위원장을 빗대 “진보의 아류가 되어서는 영원히 2등이고 영원히 집권할 수 없다”며 “‘용병’에 의한 승리가 아니라 바로 우리에 의한 승리를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장제원 의원도 “대통령 후보는 당의 권력자 눈에 들어 배출되는 게 아니다”고 김 위원장을 겨냥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에 “그 사람(원 지사) 이야기에 굳이 신경 쓸 게 뭐가 있겠나”고 받아쳤다.

원 지사에 앞서 유승민 전 의원과 홍준표 의원도 일찌감찌 대선 도전을 선언했다. 유 전 의원은 자신의 팬클럽 ‘유심초’ 카페를 통해 대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그는 지난 4일 유튜브를 통해 “1년10개월 후 대선이 있다. 제 마지막 정치적 도전”이라고 했다. 지난달 26일에도 유 전 의원은 “반드시 제가 보수의 단일 후보가 돼서 본선에 진출, 민주당 후보를 이기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총선 전부터 대선 도전을 여러차례 언급해왔던 홍준표 의원도 전국을 돌며 주민들을 만나고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정치 버스킹’을 계획하고 있다. 다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잠정 보류 중이다. 홍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여의도 생활을 후회 없이 보내겠다”고 했다.

이번 총선에서 원내 진입에 실패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역시 살아있는 카드다. 그는 당 안팎 인사들을 만나며 향후 행보를 구상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중도·보수진영 대권주자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과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4선 김기현 의원 등도 도전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