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 WSF ③]“4차 산업혁명 시대 창의성은 ‘공유·협력·오픈’”

by윤필호 기자
2017.06.06 08:16:30

“4차 산업혁명 시대 창의성은 ‘공유·협력·오픈’”
이지선 숙명여대 시각·영상디자인학과 교수 인터뷰
“‘오픈소스 하드웨어’ 통해 누구나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세상”
“새로운 시대 리더의 덕목은 예측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이지선 숙명여대 시각영상디자인학과 교수(사진=이지선 교수 제공)
[이데일리 윤필호 기자] “4차 산업혁명에서 주목할 점은 혁신의 관점에서 공유, 협력, 오픈이다. 이런 단어들이 중심이 돼서 창의성을 만들어 낸다.”

이지선 숙명여자대학교 시각·영상디자인학과 교수는 오는 12일부터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이틀간 열리는 제8회 세계전략포럼을 앞두고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창의성은 인재나 조직에서 찾기보다 ‘프로세스’(Process·과정)에 주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오픈소스의 공유를 통해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어떤 제품이라도 만들어 낼 수 있는 상황에 적응하기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세계전략포럼 첫째날 열리는 특별세션2 ‘기술과 인간의 융합 : 시작은 창의성’에 강연자로 나설 예정이다.

이 교수는 이 같은 변화의 시작점으로 2000년대 나온 ‘오픈소스 하드웨어’(Open-source hardware)를 언급했다. 오픈소스 하드웨어는 기존과 똑같은 제품(회로도, 인쇄회로기판, 하드웨어 기술언어)을 만드는데 필요한 모든 소스를 대중에게 공개한 것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이탈리아에서 개발한 ‘아두이노’(Arduino·하드웨어 개발키트)가 있다.

오픈소스 하드웨어를 통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 교수는 개발자로서 활동했던 경험을 토대로 이 같은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오픈소스 하드웨어가 나오면서 초창기 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었다”며 “이를 활용하는 커뮤니티가 적극적으로 생겼고 만드는 방법을 서로 공개하고 공유하면서 ‘DIY’(do it yourself) 문화가 생겼고 고등학생이 캔 위성을 띄우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관점에서 창의성 패러다임이 변했다”고 덧붙였다.

누구나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시대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프로세스’다. 이 교수는 과정을 최소화시켜 순환 사이클을 빠르게 만드는 ‘린 방법론’(Lean methodology)을 언급하기도 했다. 기존 제품을 모방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중국 심천의 ‘산자이’(山寨) 문화는 이 같은 방법론을 구현하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급격한 혁신의 소용돌이에서 요구되는 덕목은 예측 능력이다. 이 교수는 30여년 전 이미 미래를 예측한 니콜라스 네그로폰테디의 1995년 저서 ‘디지털이다’(Being Digital)를 읽고 ICT분야로 뛰어들었다. 저자는 당시 웨어러블 컴퓨터를 비롯해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을 예측했다. 그는 “봉건시대와 산업혁명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패러다임 바꾼 사람들은 살아남았다”면서 “리더의 덕목은 포캐스팅(forecasting·예측)하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 역시 필수 요건이다. 이 교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에 따라 의사결정 구조가 변해야하고 조직에 대한 매니지먼트 능력도 변해야 한다”며 “경영적 관점에서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네트워크를 쌓아가고 게 중요한 능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 시대를 선도하는 혁신 커뮤니티 그룹에 국내 인사가 별로 없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자신의 것만 보느라 국제적인 활동을 못하고 폐쇄적”이라며 “글로벌 커뮤니티에 적극적으로 갈 수 있도록 연구도 지원해야하고 활동을 가져갈 수 있는 마인드가 필요하고 여기에 기업들도 아낌없이 투자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산업 전략도 ‘매스 마켓’(Mass Market)을 노릴 것을 조언했다. 이 교수는 “해외와 비교하면 국내 내수시장이 너무 작아 안타깝다”며 “과거 제조업 중심에서는 국내에서 테스트하고 수출해도 됐는데 지금은 서비스가 맞물리는 일들이 많다. 처음부터 매스 마켓을 보고 해외에서 시작하거나 목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변혁기에 우리나라는 잘 적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한국 사람들이 변화하기 시작하면 무섭게 변화한다”면서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창의적으로 하는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고 오픈소스 하드웨어를 이용해 기술 발전도 점점 빨라져서 좋아질 것이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