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부동산 값에 칼 뺀 中 “주택 보유자도 부동산세 내라”

by김무연 기자
2021.10.24 10:00:55

지금까지 상업적 부동산에만 세금 부과
부동산 가격, 개인 소유 허가 뒤 2000% 상승
공동 부유 계획 일환…사교육 폐지 등 강도 높은 개혁
당원 반발 움직임…지방정부 수입 감소 가능성도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중국 당국이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상업용 부동산뿐 아니라 일반 시민이 거주하는 주택에도 과세를 결정한 것이다. 다만, 중국 당국의 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상황이어서 반발도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최고 입법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일부 지역에 부동산세를 시범적으로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부동산세 부과는 합리적인 부동산 구매를 안내하기 위해 마련했다”라고 설명했다. 시범 정책은 5년간 지속될 예정이다.

건설 중인 중국 주택(사진=AFP)


주거용에도 세금 부과…공동 부유 계획의 핵심

부동산세는 주거 및 비주거용 부동산 모두에게 적용되며 건물 및 토지 소유주에게 부과될 전망이다. 특히 다주택자와 고가 부동산 소유자를 위주로 과세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시범 정책이 수행될 위치와 지역의 수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

개인 소유한 주택은 1986년에 제정된 법률에 따라 현재까지 세금이 부과되지 않았다. 다만, 중국 정부는 2011년 상하이와 충칭 등 대도시의 주택 소유주에게 0.4%에서 1.2%의 세율로 세금을 부과하는 시범 정책을 실시한 바 있다.



중국의 부동산 가격은 1998년 개인 주택 소유가 도입된 이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솟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개인 주택 소유가 허용된 뒤 집값은 무려 2000% 넘게 상승했다. 치솟는 집값이 서민들의 경제 부담을 가중시키면서 중국 정부는 투기자들을 통제하기 위한 방안 마련을 고심해 왔다.

중국 당국은 부동산 개발사들의 공격적인 확장과 부호들의 무분별한 투기가 부동산 시장을 끌어올렸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사에게 부동산 관련 대출을 엄격하게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그 결과, 중국 2위 민영 부동산 업체인 헝다그룹은 파산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AFP)


당원 반발 및 지방정부 재정 악화가 발목

특히, 이번 부동산세 부과는 국민에게 부를 공평하게 누리게 하겠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공동 부유’의 핵심 계획이라고 월스트리저널(WSJ)은 보도했다. 최근 시 주석은 공동 부유를 목적으로 서민 가정에 부담을 지는 사교육을 전면 폐지하는 등 연일 강경책을 도입하고 있다.

다만, 정부의 이번 방침이 내부 반발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앞서 시 주석이 중국 공산당 핵심 지도부가 참석한 제10차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세제 개혁 단행 의지를 보이자 공산당 내부에서도 거센 저항이 일어났다고 WSJ는 전했다. 이를 의식한 듯, 이번 시범 정책의 대상은 30여개 도시에서 10여개 도시로 축소됐다. 5년 뒤 시범 정책이 끝나도 전국으로 과세 범위를 확대하지 못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중국 지방정부의 주요 수입원인 부동산 판매가 위축될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토지를 판매한 대금은 중국 지방 정부 세입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를 충당하기 위해선 과세 범위를 높이고 세율을 올려야 하는데, 이는 필연적으로 부동산 보유자가 불만을 키울 것이란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