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호의 과학 라운지](54)세탁 시 가장 중요한 단계는?

by이연호 기자
2019.12.08 09:50:36

계면활성제, 한 분자 내에 친수성·친유성 동시 가져
세제 결합한 얼룩 '음전하'-깨끗한 물 '양전하' 만나 얼룩 제거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주말이 되면 매번 습관적으로 하는 일 중 하나는 바로 빨래다.

대개 세탁기에 때가 탄 옷 등의 빨랫감과 합성계면활성세제를 넣고 동작 버튼만 누르면 알아서 세탁기가 세탁을 진행한다. 그런데 이 대수롭지 않게 주기적으로 하는 세탁에도 과학의 원리가 숨어 있다.

먼저 계면활성제의 한 종류인 세제가 옷감의 때를 빼는 과정을 살펴보자. 세제는 물을 좋아하는 성질(친수성)을 가진 부분과 기름을 좋아하는 부분(친유성)을 가진 부분으로 나뉜다. 물과 기름은 원래 잘 섞이지 않아 경계면을 형성하지만 계면활성제가 들어가면 이 경계면이 활성화돼 섞이게 된다. 계면활성제(界面活性劑)라는 단어 자체가 한자어 뜻 그대로 풀이해 보면 경계면을 활성화하는 약제라는 뜻이다.



즉 기름을 좋아하는 부분이 옷에 묻어 있는 얼룩 등의 이물질에 부착하면 이번엔 물을 좋아하는 부분이 친유성 부분과 결합한 이물질을 둥글게 감싼다. 여기에 물 분자가 친수성 부분과 만나면 해당 이물질은 용해돼 사라지는 원리다.

손이나 세탁기를 이용해 빨래를 할 때 가장 중요한 단계는 바로 ‘헹굼’이다. 세제가 섬유 틈의 이물질에 부착하면 보통 음전하를 띄게 된다. 반면 세제가 없는 헹굼용의 깨끗한 물은 상대적으로 양전하를 더 많이 띄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음전하와 양전하의 힘의 차이로 음전하는 양전하 쪽으로 끌려가게 된다. 즉 이물질이 세제가 섞이지 않은 물쪽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세탁 시 ‘헹굼’을 꼼꼼하게 해야 하는 이유다. 도움말=과학커뮤니케이터 케니 리(Kenny Lee)

*편집자주: 수학, 화학, 물리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그 중요성은 점차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기초과학은 어렵고 낯설게만 느껴져 피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기초과학의 세계에 쉽고 재미있게 발을 들여 보자는 취지로 매주 연재 기사를 게재한다. 과학 유튜브 채널 ‘펑키 사이언스(Funky Science)’ 운영자이자 팝핀(Poppin)을 통한 과학대중화에 매진하는 케니 리(Kenny Lee)와 매주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 중 재밌는 내용들을 간추려 독자들에게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