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투사 新외감법 적용 미뤄 달라" 요구에 금감원, 예외 불가 회신

by유현욱 기자
2019.09.19 05:30:00

"멀쩡한 회사에 낙인"vs"직권 지정 취지 어긋나"
금융위 "현재 장고 중…이르면 주중 결론낼 것"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모험자본 공급에 첨병 역할을 해온 창업투자회사(이하 창투사)에 한해 경영성과 부진으로 감사인을 직권 지정하는 ‘신(新) 외부감사법’ 적용을 미뤄 달라는 벤처캐피털(VC) 업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창투사는 기술과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본이 없는 창업계획 자체를 중요한 자원으로 평가해 미래가치에 투자하는 회사다.

18일 VC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하는 회계법인을 감사인으로 선임(이하 직권 지정)하는 사유로 ‘3개 사업연도 연속 영업 현금흐름이 0보다 작은 회사’를 추가한 외부감사법을 지난해 11월부터 시행 중이다.

문제는 창투사 등 VC는 벤처투자란 업무특성상 자금회수까지 적어도 3년 이상(4~5년)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펀드결성, 투자 이후 회수시점까지 지속적인 추가 펀드결성과 추가 투자가 이뤄져 손익계산서상 영업이익은 연속흑자를 기록하는데도 현금흐름표상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마이너스(-)로 나타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VC업계는 주장했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직권 지정은 시장에 부정적인 신호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대로라면 멀쩡한 창투사가 경영위기에 처한 회사로 오인되는 불합리한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과거 3년 영업 현금흐름만으로 VC를 판단할 경우 한창 성장기에 있는 VC는 펀드 출자금 규모가 커지는 한 매년 지정감사를 받아야 하는 모순도 발생한다”며 “이런 현실을 고려해 직권 지정 대상에서 창투사를 제외하거나 일정 기간 적용을 유예해 달라는 요청”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감독 당국 생각은 달랐다. 금감원은 현재로서는 이 같은 이유로 창투사에 예외나 유예를 허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상장 창투사 10개사 중에서 3년 연속 부(-)의 영업 현금흐름이 발생해 직권 지정대상으로 파악된 회사는 SBI인베스트먼트 등 3개사에 불과하다”며 “이를 업종 전체로 확대해 일반화하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또 “창투사 전체를 예외로 할 경우 일부 자본이 잠식된 회사도 지정받지 않게 된다”며 “경영여건이 악화한 회사가 공정한 감사를 받을 수 있도록 증선위가 감사인을 지정한다는 제도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미 금융위가 유권해석을 통해 신용등급이 BBB(투자등급) 이상일 경우 지정제외가 가능토록 했다”며 “향후 이를 적극적으로 안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VC업계는 이를 탁상공론이라고 본다. 또 다른 VC업계 관계자는 “안정성을 중시하는 신용등급 산정체계상 투자위험이 큰 창투사는 BBB 이상을 획득하는 것은 극히 어렵다”고 재반박했다. 아울러 “창투사들이 회원으로 가입한 한국벤처캐피털협회가 금융위원회와 물밑에서 논의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르면 주중 최종 결론을 낼 예정”이라며 “현재 장단점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