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가능성 낮지만…바이든, '선거용' 횡재세 검토

by김정남 기자
2022.11.01 07:48:46

바이든 "석유 기업들 더 많은 세금 내야"
실현 가능성 낮지만…유권자 표심 자극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천문학적인 이익을 올리고 있는 석유업계를 겨냥한 횡재세 부과를 검토하고 나섰다. 현실적으로 입법 가능성을 높지 않음에도 중간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자극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 제공)


바이든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백악관 연설을 통해 “석유 기업들은 초과 이익에 대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며 “석유 기업들이 거둔 이익을 유가 인하를 위해 투자하지 않을 경우 가산세를 내고 기타 제한 사항에 직면하도록 하는 요구를 의회에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른바 횡재세 부과를 공식 검토하겠다는 의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가 치솟으면서 가만히 앉아 횡재한 만큼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게 골자다. 바이든은 “석유 기업들의 이익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부터의 횡재(windfall)”라며 “터무니없는 규모의 이익”이라고 비판했다.



이를테면 엑손모빌은 올해 3분기에 197억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세 배나 많은 규모다. 셰브런(112억달러)와 셸(94억5000만달러) 역시 호실적을 냈다.

바이든 대통령의 입법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크지 않다. 특정 민간 기업을 겨냥해 이익을 국가에 내도록 하는 자체가 합리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대런 우즈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정치권의 횡재세 논의를 두고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자유시장에 맡기는 것”이라고 했다.

의회 판도 변화 역시 입법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공화당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무난하게 하원 다수당 지위를 차지할 것으로 점쳐진다. 공화당은 횡재세 입법에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의 횡재세 언급은 일정의 선거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차량 없이는 생활이 힘든 나라다. 그만큼 휘발유 가격 변화는 유권자에게 직접 와 닿는 사안이다. AP통신은 “바이든 정부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유가에 맞서 싸우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