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비율 50% 넘어가도 문제없어…재정 더 풀어야"

by최훈길 기자
2019.06.27 06:00:00

[인터뷰]①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그리스는 191% 넘었지만 한국은 40% 그쳐”
"인구·제조업·분배 3대 리스크, 지금 돈 풀어야"
"기재부, 내년 예산 증가율 6.2%보다 더 늘려야"
"중장기 증세 필요..소득세, 시가반영률 올려야"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1957년 △대구 △서울대 원예학과 학사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경제학 학사 △독일 함부르크대 경제학 석·박사 △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 △전 회계법인 KPMG 컨설턴트 △전 한국조세연구포럼 회장 △전 중부지방국세청 납세지원국장(개방직 고위공무원) △전 서울지방국세청 납세자보호위원회 위원장 △전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국민성장분과 위원 △전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위원 △전 한독경상학회 회장 △전 경실련 재정세제위원장 △전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전 국회 공정과세위원회 위원 △전 계명대 세무학과 교수 △현 국세청 국세행정개혁위원회 위원 △현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사진=최훈길 기자]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조해영 기자] “국가채무에 대한 과도한 우려가 있어요. 지금 재정 여력을 보면 국가채무 비율이 50%를 넘어가도 문제가 없습니다. ”

김유찬(사진·62)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18일 세종시 빈곡동에 위치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원장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40%’ 논란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김 원장은 독일 함부르크 대학교에서 재정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이후 30년 넘게 한우물을 판 재정 전문가다. 지금은 국책연구기관장으로서 기획재정부가 추진하는 조세·재정정책 관련 연구를 총괄하고 있다.

우선 김 원장은 “재정 파탄이 난 그리스와 한국은 굉장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5.95%에 그쳤다.

국제 비교 때 사용하는 일반정부 부채 비율은 2017년에 한국이 40.1%, 그리스가 191.4%였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일반정부 부채 비율(2017년 110.9%)을 크게 밑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비율을 놓고 오버하지 말라”는 게 김 원장의 일성이다.

오히려 김 원장은 “지금은 재정적자를 감수하더라도 단기적으로 재정지출을 늘려야 할 때”라고 했다. 재정을 풀어서라도 △초고령 사회로 가는 인구구조 변화 △제조업 등 기술구조의 변화 △심각한 분배 문제 등 3대 경제 리스크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확장적 재정을 추진하면 성장률 제고→조세수입 확대→국가재정 확충의 선순환으로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확장적 재정으로 가면 당연히 장기적으로 증세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며 중(重)부담, 중(重)복지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총선 뒤에는 논의가 될 수도 있다”라며 소득세 공제 개편을 비롯한 중장기 조세 개편방향을 짚었다.

△세 가지다. 첫째, 인구구조 변화다. 생산 인구가 줄어드는 변화는 큰 도전적 과제다. 둘째, 기술구조의 변화다. 제조업 기술은 변화하는데 한국이 독일·일본·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다. 셋째, 분배 문제가 심각하다.

△재정집행 규모를 늘리는 확장적 재정이 필요하다. 재정을 집행할 때 선택과 집중도 필요하다. 핵심기술 육성하는데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사회안전망에도 재정을 써야 한다. 그래야 불안한 현실을 딛고 혁신을 생각할 수 있다.

△각 부처가 지난 달에 기재부에 제출한 내년 예산·기금 총지출 요구 규모는 498조7000억원이다. 올해 예산(469.6조원)보다 6.2%(29조1000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앞으로 전년대비 예산 증가율을 6.2%보다 더 늘릴 여지가 충분히 있다.

△국가채무 비율 40%를 넘느냐, 안 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50%를 넘어가도 문제가 없다. 현재 한국의 재정 여건이 위험한 수준이 아니다. 게다가 최근 한국은행의 국민계정 2015년 기준년 1차 개편 결과, 지난해 국가채무 비율이 38.2%에서 35.95%로 더 낮아졌다. 5년 뒤 개편 때에도 국가채무 비율이 내려갈 것이다.

2017년 한국의 일반정부 부채 비율은 그리스보다 훨씬 낮다. 국제비교를 할 때 사용하는 일반정부 부채는 국가채무(중앙·지방정부의 회계 및 기금)에 비영리 공공기관 채무를 더한 값이다. 일반정부 부채 비율은 GDP 대비 ‘국가채무+비영리 공공기관 채무’ 규모를 뜻한다. 단위=%. [출처=기획재정부]
△일본은 일반정부 부채 비율이 200%가 넘는데도 그런 우려가 없다. 경상수지가 흑자이고 발행된 국채가 국내에서 다 소화가 되기 때문이다. 이자율도 낮다. 우리도 일본과 사정이 비슷하다. 경상수지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국채는 대부분 국내에서 대부분 소비된다. 이자율도 낮아 문제될 소지가 없다.

△그리스와 우리는 굉장히 다르다. 그리스는 이자율이 높았다. 유로존 가입(2001년)으로 경제·재정 운용 측면에서 독자적 재량권도 없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에 올해 초에 한국에는 재정확대를 권고한 것이다.

△세수는 적게 들어온 데다 상반기에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을 조기집행 하다 보니 적자가 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올해 세수가 작년보다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근로장려금(EITC) 확대, 증권거래세·유류세 인하까지 있었다. 정확한 세수 추세는 6월까지 봐야 한다.

△예측했던 것보다 세수가 적게 들어와 세수 결손이 날 가능성이 있다. 2조~3조원 정도가 될 수 있겠지만 큰 폭은 아닐 것이다. 다만 재정을 계속 확대하려면 당연히 증세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

△당장 증세를 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증세는 시점이 중요하다. 총선 여부를 떠나 중장기적으로 증세가 필요하다.

△소득세 공제 체계가 개편될 필요가 있다. 부양가족이 많은 사람에게는 세 부담을 줄여주고 가족이 적은 사람들은 세 부담을 올리는 쪽으로 개편해야 한다. 총선 뒤에는 논의가 될 수도 있다.

△작년 종부세 개편이 약했다. 앞으로는 종부세를 올리는 것보다 중요한 게 시가표준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지금은 공시지가 시가반영률이 60% 정도다. 앞으로 80% 정도까지는 올려야 한다.△국토보유세는 대안이 되기 어렵다. 국토보유세로 큰 폭의 과세를 하게 되면 시장에 충격을 준다. 빚내서 집 산 사람들은 버티지 못해 집을 팔게 된다. 그러나 다주택자들은 버티면서 매물로 나온 알짜배기 주택을 사면서 재산을 불린다. 이렇게 부동산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다.

△만약 GDP의 1% 수준을 올리면 20조원 가량을 증세하는 것이다. 이렇게 증세를 하는 것은 굉장히 큰 부담이 있다. 조세부담률을 25%까지 올려야겠지만 장기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 (국내총생산에서 세금 수입을 비교한 조세부담률은 지난해 21.2%로, 1년 전보다 1.2% 포인트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