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2주년]文대통령, 취임날부터 野에 손 내밀었지만…무위된 ‘협치’

by김미영 기자
2019.04.30 06:00:00

文정부 2년, 국회는 여야간 ‘사생결단’식 전쟁만
일각선 “한국당 지도부가 협치 걸림돌” 목소리
문대통령·여당 책임론도 비등…당내서도 “초심 돌아가야”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분열과 갈등의 정치도 바꾸겠습니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끝나야 합니다.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대화하겠습니다. 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입니다.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습니다.”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렇게 약속했다.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취임식을 가진 문 대통령은 같은 날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야당 지도부를 두루 찾아가 이 약속을 지키겠단 의지도 드러냈다.

그러나 취임 후 2년. 분열과 갈등의 정치는 바뀌지 않았고,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한층 격화됐단 평이 많다. 문 대통령이 야당을 국정운영의 동반자가 아닌 걸림돌로 보고 있단 불만은 끊이질 않는다. 남은 임기 3년 동안 문 대통령이 초심으로 돌아가 야당과의 관계 회복에 힘을 쏟아야 정권이 성공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정부 2년 동안 국회는 여야 대립으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여야는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소득주도성장정책, 공무원증원을 포함한 일자리대책, 탈원전정책, 대북정책 등을 놓고 첨예하게 맞붙었다. 주로는 문 대통령과 정부를 대리한 민주당과 제1야당인 한국당의 전쟁이었다.

법안과 예산안만이 아니다. 문 대통령의 측근인 민주당 소속 김경수 경남지사가 연루된 대선댓글조작 사건으로 여야는 ‘드루킹 특검’ 도입 여부를 놓고 지난한 공방도 벌였다. 새 정부 들어 제1야당인 한국당이 장외농성을 벌인 첫 사례였다.

지난해 3월 문 대통령의 헌법개정안 발의도 여야 갈등의 기폭제가 됐다. 문 대통령은 6월 지방선거에서의 동시투표를 목표로 개헌안을 발의했지만, 여야 정쟁 소재로만 쓰였다. 특히 이 때에 한국당에선 여당인 민주당을 향해 ‘청와대 출장소’라는 비난 강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여야 협상을 위한 당 자체 개헌안 대신 대통령의 개헌안을 내밀고 밀어붙인다고 공격했다.



계속되는 인사 문제는 국회에서 ‘내로남불’ 공방의 무한반복을 불렀다. 최근 주식 과다보유 논란이 있던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까지, 이 정부 들어 장관급 11명과 헌법재판관 4명 등 총15명이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됐다. 여야가 그만큼 인사 문제에 있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충돌만 했다는 얘기다.

4월 말 현재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선거제 개편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 검경수사권 조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 문제도 민주당과 한국당의 싸움 한 가운데에 청와대가 있다. 이 모두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까닭이다. 문 대통령과 함께 개혁입법 성과를 내야 한단 부담이 큰 민주당이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과 손잡고 패스트트랙을 밀어붙이자 한국당은 극렬 반대하고 있다. 정국은 다시 살얼음판이 됐고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과 민생법안은 내팽개쳐졌다. 여야정의 협치는 없었다.

여야가 사생결단식으로 충돌하기까지, 문 대통령이 아예 손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2017년에만 다섯 차례 여야 지도부와의 만남을 가졌다. 여야정 협치를 위한 제스처였다. 홍준표 당시 한국당 대표가 비교섭단체 대표까지 초청한 데 반발,회동에 불참하자 문 대통령은 2018년 3월 청와대에서 홍준표 대표만 따로 불러 단독회담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경제, 대북정책 등에서 입장차만 확인하는데 그쳤다.

그나마 지난해 11월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첫 협의체 회의를 열었지만 그때 뿐이었다. 이후 회의는 열리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렇듯 협치가 실종된 한 원인으로 한국당을 꼽는 이들이 있다. 바른미래당의 이상돈 의원은 “홍준표, 황교안 대표 등 강성이거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들이 한국당을 이끌어 정부여당과 더 대립할 수밖에 없었다”며 “예컨대 김무성 의원 등 탄핵동조파가 당권을 잡았더라면 협치는 보다 수월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탄핵 후 한국당에 극우화가 일어나면서 정부여당과의 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도 했다.

더 큰 책임은 역시 문 대통령과 여당에 있단 목소리가 높다. ‘반대만 일삼는’ 야당을 어르고 달래서라도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세워줘야 하지만, 청와대와 여당의 노력이 부족했단 지적이다. 자성의 목소리는 민주당 내에서도 나온다. 최운열 의원은 “협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누구 탓을 할 수 있겠나. 무한 책임을 지는 정부여당이 더 주도적,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며 “문 대통령께서 취임 날 야당 지도부 방까지 찾아가 보인 협치 기조, 겸손한 자세를 끝까지 고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