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코치 일구상 수상이 특별했던 이유

by정철우 기자
2013.12.09 11:51:38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 베르사이유홀에서 열린 ‘2013 CJ 마구마구 일구상 시상식’에서 이상훈 고양 원더스 투수코치가 특별 공로상을 수상하고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야생마’ 이상훈 투수 코치가 의미 있는 상을 받았다.

이 코치는 9일 서울 리베라 호텔에서 열린 2013 CJ 마구마구 일구상 시상식에서 특별 공로상을 받았다. ‘열정에게 기회를’이라는 캐치 프레이즈 아래 하나로 모인 고양 원더스에게 주어진 관심이라는 점에서 뜻 깊은 수상이었다.

고양 원더스는 한국 유일의 독립 구단이다. 프로야구 구단에서 버림을 받았거나 애초에 선택 받지 못한 선수들이 모인 곳이다. 고양 원더스의 유니폼을 입고 모인 40여명의 선수는 야구에 대한 마지막 희망만 가슴에 품은 채 도전을 하고 있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그들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고 싶다는 허민 구단주의 뜻에 따라 새로운 구단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허 구단주는 김성근 감독을 영입, 선수들에게 기술 뿐 아니라 인간으로서 한 걸음 더 도약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김 감독은 특유의 지옥 훈련과 맞춤 교육, 그리고 절실함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인성 교육까지 더하며 선수들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주었다.

창단 첫 해 였던 지난해 5명의 프로 선수를 배출한 고양 원더스는 올 시즌엔 무려 11명이나 프로에 진출 시키는 개가를 올렸다.

그들의 훈련 모습을 한 번이라도 지켜 본 사람들은 하나 같이 “그렇게 힘든 훈련을 하는데도 선수들의 표정만은 모두 밝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가슴 속에 뭔가 울컥하고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고 말하곤 한다.

희망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주축 선수 대부분이 떠난 뒤에도 고양 원더스는 6할이 넘는 기록적인 승률을 올렸다. 여전히 프로에 진출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선수들이 그 안에서 성장하고 있음을 뜻한다.



이상훈 코치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원더스에 합류했다. 지도자로서 첫 출발 이었음에도 1년 사이 김성근 감독의 두둑한 신임을 얻고 있다. 원더스가 타격, 수비, 주루, 배터리 부문 등 주요 분야에 일본인 코치를 쓰고 있음에도 투수만은 이상훈 코치에게 맡기고 있다.

선수들에게는 강압적이기 보다는 큰 형님 같은 든든한 조언으로 다가가고 있다. 일구회가 이 코치를 특별한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다.

그러나 원더스를 향한 기존 프로 팀들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원더스는 매년 번외 경기 형식으로 퓨처스리그 48경기만 치르고 있다. 창단 2년차엔 100경기 이상을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두 약속이 있었지만 이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선수들이 꾸준히 컨디션을 유지하며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기 위해선 보다 많은 경기들이 필요하다. 적어도 100경기 정도는 치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원더스 측의 입장이지만 이사회는 여전히 문을 굳게 닫고 있다. 필요한 선수는 조건 없이 데려가고 있음에도 정작 원더스 선수들이 좀 더 기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는 막고 있는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상훈 코치의 수상은 그 무게감이 남다르다. 프로야구인들의 OB 모임인 일구회가 그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주고 있음은 물론 열심히 응원하며 힘을 불어넣어주려 하고 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일구회는 지난해엔 허민 구단주에게 대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또한 원더스에 대해 호의적으로 변하는 구단들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연습 경기를 잡는 것도 꺼려했던 팀들 중에서 이제는 태도를 바꿔 가급적 많은 경기를 배정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LG 트윈스의 경우 플레이오프를 준비하며 실전 감각을 위해 고양 원더스와 두 차례 연습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여전히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는 일부 구단들이 입장을 바꾼다면 보다 많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이상훈 코치는 “오랜만에 시상식장에 와 있어보니까 긴장 된다. 일구회 선배님들께서 별로 한 것도 없는 저에게 상을 주셔서 감사한다. 제주도에서 크리스마스까지 훈련해야 하는데 하루 시간 내서 올라올 수 있었다. 몸과 마음 건강하게 야구에 임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