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냐 바이든이냐…靑, 美대선 결과 '예의주시'

by김영환 기자
2020.10.26 06:00:00

트럼프 행정부와 한미동맹 유대 유지..오브라이언 11월 방한 등 北 관리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은 성공적 결과물 도출엔 실패..탑다운 방식 점검 필요
바이든, 실무협상에 적극 나서면서 단계적 북핵 해법 나올 수도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미 대선이 일주일 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청와대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드러내놓고 관전하기는 어렵지만 곁눈질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냐, 조 바이든의 승리냐를 놓고 그 여파 분석에 한창이다. 어느 후보가 되느냐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 역시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22일(현지시간) 미 테네시주 내슈빌의 벨몬트대에서 미 대선 최종 토론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트럼프 재선, 북미 협상 지속성 확보

문 대통령 당선 이후 북미가 정상회담까지 성공한 데는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적인 외교 행보가 바탕이 됐다. 문 대통령의 적극적 주선 속에 탑다운 방식의 대북 문제 접근이라는 아이디어가 더해져 미국의 대통령과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대면 정상회담을 개최, 북미 회담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 싱가포르와 하노이, 심지어 한국의 비무장지대에서는 남북미 세 정상이 만나기도 했다.

협상의 지속성이라는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은 일견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서로를 ‘로켓맨’, ‘늙다리’라 비하하며 으르렁거리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그러나 마주 앉은 이후부터 서로에 대한 신뢰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바이든 후보와의 마지막 TV토론에서도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 덕분에 전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면서 북한 문제를 자신이 개선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새롭게 4년의 시간을 재확보하면 언제든 북미간 협상이 진전될 수 있는 전제 조건과 분위기는 조성된 셈이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온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큰 변화없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할 동력을 얻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 테네시주 내슈빌의 벨몬트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와의 대선 최종 토론 중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13일 4박5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하고 서 실장의 카운터파트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오는 11월 방한을 예고했다는 점에서도 한미가 꾸준히 대북 문제를 관리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도쿄 올림픽 계기 북한과의 협상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물론 부정적 전망도 제기된다. 일정 정도 ‘관리’가 되고 있는 대북 문제와 달리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대이란 제재 부활로 이란과의 관계가 악화될대로 악화된 상태다. 지난 9월 유엔 총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나 이스라엘, UAE, 바레인 등 외교 현안을 거론했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이미 핵을 보유해 해결에 난항을 겪고 있는 북한 문제보다 연임에 성공한 이후에는 다른 외교 문제가 1순위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외교 전문가 바이든, 실무 협상 진전 여하 따라 북미 만남 가능성

바이든 후보의 김 위원장에 대한 인상은 트럼프 대통령과 다소 거리가 있다. 바이든 후보는 TV토론에서 김 위원장을 ‘폭력배’라고 지칭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깎아내리기 위해서 동원한 표현이지만 북미 정상회담을 북한에 정당성을 부여한 행위로 낮춰 봤다는 점에서 북미 정상 간 만남에는 부정적 인식을 보였다.

바이든 후보의 대북 정책은 정상 간 탑다운 방식이 아니라 실무 협상부터 시작되는 바텀업 방식이 될 거란 게 중론이다. 북미 정상회담, 나아가 남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해온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구상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22일(현지시간) 미 테네시주 내슈빌의 벨몬트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선 최종 토론 중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다만 대북 정책에 있어 즉흥적이었던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후보는 오랜 기간 북한을 바라봤다. 정치 인생 대부분을 외교위원회에 속했고 클린턴 대통령 당시 상원 외교위원장으로서 조명록 차수의 방미와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평양행을 이끈 경험이 있다. 1994년 제네바 합의부터 6~7년간 북한과 협상해온 관록도 무시하기 어렵다. 북한이 요구했던 단계적 해법에 선을 그으면서 평행선을 달렸던 트럼프 행정부와 다르게 바이든 후보는 ‘단계적 비핵화’를 시사하면서 대화에 물꼬를 틀 여지를 내비쳤다.

북한 문제에서는 엇갈린 스탠스를 보여왔던 공화당과 민주당이지만 대북 대화만큼은 민주당도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민주당이 비록 오바마 정부 시절 ‘전략적 인내’를 추구했지만 당시 한국이 이명박·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는 보수 정부였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김대중-클린턴 대통령 이후 다시 한미 모두 민주당 정부가 대북 정책의 호흡을 맞춘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거듭 강조했던 ‘종전선언’과 궤를 같이하는 미 의회 종전선언 결의안은 대부분 민주당 의원만이 동의했다.

미국의 안보 전문 매체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최근 “바이든 후보 캠프의 외교정책 고문인 브라이언 매키언의 발언을 문재인 정부가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키언 고문은 “바이든이 절대 김정은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 간 만남의 문턱을 낮춘 만큼 북미 실무협상 진전에 따라 바이든-김정은 만남도 가능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