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가 희망이다-대담]②박영선 장관 "'K유니콘, 초기창업→스케일업 지원"

by권오석 기자
2020.03.24 05:55:00

중기부, 올해 'K유니콘 프로젝트' 본격 시행
내년까지 유니콘기업 20개 배출 목표
"코로나로 벤처붐 주춤 우려, 스타트업 통해 전화위복"
초기 창업 정책에서 스케일업 정책으로 옮겨갈 예정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대담=선상원 산업에디터·정리=권오석 기자] “올해 ‘K유니콘 프로젝트’를 통해 예비 유니콘기업을 발굴, 초기 창업에서 스케일업 전략으로 중심을 옮겨갈 계획입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2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창업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 위기 관리 대책,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 이상 비상장 벤처기업) 육성안 등 벤처·스타트업 주요 현안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을 밝혔다. 이날 인터뷰는 서울 종로구에 있는 중소기업옴부즈만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박 장관은 코로나19로 인한 비상상황에서 위기를 기회로 이끄는 동력은 벤처·스타트업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모처럼 살아난 창업열기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주춤할 수 있다는 우려는 나오지만, 새로운 기술을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힘은 벤처·스타트업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 맵을 만들고 신속진단 키트를 만들어 낸 것도 벤처·스타트업이다. 올해 스타트업 대책을 스케일업에 방점을 두고 내년까지 20개 유니콘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박 장관은 벤처업계에서 요구해온 비상장 벤처의 차등의결권 허용에 대해, “창업자들의 경영권은 보장될 필요가 있다”며 “(비상장 시기에는) 제한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배달의민족 인수합병 문제나 타다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혁신을 기반으로 포용적으로 접근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혁신은 기존의 전통적인 시스템과 충돌하기 마련”이라며 “양쪽을 어느 선에서 조정하느냐가 관건인데, 포용을 놓쳐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코로나19로 피해를 호소하는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상황을 모니터링해 직접 지원을 확대할 수 있다고 했으며,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 등 업계 현안이 해결돼야 한다고도 했다.

다음은 박영선 장관과의 일문일답.

-코로나19로 벤처투자 등 지표가 올해 어떻게 될지, 내년까지 유니콘기업 20개를 육성한다는 계획에 차질은 없는지 궁금하다.

△우려는 되지만,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 진단키트를 비롯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위기를 극복하게 할 신기술은 다 벤처·스타트업에서 나왔다.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 현황을 보면 50% 이상이 바이오·의료와 ICT 업종 기업이었다. 진단키트를 만든 회사(솔젠트)의 경우 식약처에 긴급사용 허가를 요청했고 중기부가 연결해줬다. 상황은 힘들지만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국면을 뚫고 나가는 게 바로 벤처·스타트업의 힘이다. 코로나 맵을 만든 대학생 스타트업도 중기부 예비창업패키지 사업에 참여했다. 그런 배경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벤처투자액이 4조원을 돌파했고 신생기업은 물론 유니콘기업도 많이 늘었다. 올해에는 어떤 대책이 있나.

△지난해 중기부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가 벤처투자 실적(4조 2777억원)이다. 올해를 보면, 일단 모태펀드 출자 경쟁률이 2배가 늘어난 3대 1(226개 펀드·3조 3000억원 규모)을 기록했다. 벤처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다만 코로나19가 들이닥쳐서 싹이 나지 못하고 있는 건 아쉽다. 올해 준비된 벤처투자 활동을 ‘붐 업’ 하는 게 필요하다.

그 일환 중 하나가 K유니콘 프로젝트로, 올해는 여기에 집중 하려고 한다. 중기부가 그간 모태펀드와 초기단계 투자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스케일업에 비중을 옮긴다는 방침이다. K유니콘 프로젝트에서의 대표 정책 중에는 기술보증기금과 함께 예비 유니콘기업에 100억원을 보증해주는 특별보증 제도가 있으며 차기 유니콘기업을 발굴해 나갈 예정이다.

-유니콘기업 후보 스타트업들은 얼마나 있는가.

△이미 유니콘기업으로 등극했는데 발표가 안 된 업체들이 있다. 알려지는 걸 원치 않아 한다. 홍보가 되면 투자도 들어오고 좋을 것 같은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흐름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2000년대 초반에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기업들이 코스닥 상장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면서 코스닥 붐이 불었다. 그러나 현 기업들은 코스닥 상장으로 따라오는 제약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벤처캐피탈(VC)을 통해 자금을 끌어오려고 한다.

-이번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기여한 마스크 제조업체도 중소·벤처기업이다.

△특히 스마트공장화 된 기업들이 생산량을 크게 늘렸다. 전남 장성에 있는 화진산업이 대표적인 스마트공장 기업이다. 삼성전자의 도움을 받아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한 화진산업은 마스크 생산량이 하루 4만개에서 10만개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하면 생산성이 보통 30% 정도 늘어난다. 140여개 마스크 생산업체 중 20% 가량이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한 업체다.



스마트공장이 이번 정부의 가장 큰 성과가 될 수 있다. 정부가 2022년까지 3만개 스마트공장을 보급하기로 한 가운데, 지난해 말까지 중기부는 1만 3000여개 스마트공장을 보급했다. 제조업 선진국인 독일과 비교하면, 메르켈 총리가 ‘인더스트리4.0’을 시작한 것에 비해 우린 10년 늦었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 이를 따라잡는 수준으로 갈 듯 하다.

-벤처업계에서는 스케일업 정책 중 하나로 비상장 벤처의 차등의결권 허용을 요구한다. 한편에선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차등의결권을 제한적으로 도입해야 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스타트업을 만든 창업자들의 경영권은 보장될 필요가 있다. 물론 상장이 됐을 땐 효력이 없도록 제한하는 건 필요하다.

-벤처 생태계의 선순환을 위해선 엑시트도 중요한데, 엑시트를 활성화할 대책은 없는지. 독일기업에 인수합병된 배달의민족을 두고 찬반이 치열하다.

△중기부가 지난해 M&A(인수·합병) 펀드로 2000억원을 조성했는데, 올해는 규모를 2배 늘린 4000억원을 조성했다. 그만큼 인수합병에 따른 자금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스타트업이 글로벌화 하는 과정에서는 덩치가 커질 수밖에 없고 M&A를 하게 된다. 배달의민족의 경우, 업계에서는 성공적인 엑시트라는 시각이 있다. 물론 한쪽에선 ‘시장을 독점하는 게 아니나’는 주장도 있지만 이 수위를 어느 선에서 조정하느냐가 관건이다. 혁신은 기존의 전통적인 시스템과 충돌하기 마련이며 포용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타다금지법’(여객운수법 개정안)을 둘러싼 갈등도 혁신과 전통 간 갈등이다. 정부도 올해부터 사회적 논의체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여객운수법의 경우 중기부 소관은 아니지만, 이 또한 혁신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포용에 있어서 다른 각도로 접근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중소·벤처기업계에는 최저임금과 탄력근로제 문제도 중요하다. 최저임금은 올해 동결·인하 얘기도 나오고 야당은 업종별 차등 적용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고용노동부가 근로자들 임금을 대신 지급하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운영 중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상식선에서 결정될 듯하다. 주무부처가 아니라 동결, 인하 부분을 미리 단정하기는 어렵다. 차등 적용은 찬성하지 않는다. 차등 적용을 하게 되면,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업종에는 아무도 일을 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고 능률이 오르지 않을 거란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근데 상황이 워낙 급박하니 소상공인들 다수가 원한다면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여태 처리를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긴급재정명령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3권 분립 원칙이 있다. 국회를 존중해야 한다. 대통령이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만 국회가 반발할 것이다. 아직까지 국회가 통과를 시키지 못한 건 잘못이다. 국회 스스로 권위를 떨어뜨리고 영향력을 낮추는 행위라고 본다.

-소재·부품·장비 분야 혁신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강소기업 100 프로젝트’ 진행 상황은.

△100% 외부 인사로 전문가 그룹과 국민 배심원단을 만들어서 선정한다. 국민 배심원단의 점수 결과와 전문가 점수 결과에서 차이가 날까 우려했으나 점수가 거의 80% 이상 일치했다. 배심원단은 대부분 고등학교 졸업 후 전문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었고 비교적 공정한 선정이었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강소기업들에는 5년간 180억원을 지원한다. 일례로, 해당 기업들의 직원들은 명함에 ‘강소기업’ 표시가 새겨지는 게 해외 거래처와 영업할 때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 제도가 성공하면, 자발적으로 사회 공헌비를 내겠다고도 할 정도로 성공적이다.

-정부가 코로나19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50조원 규모의 비상금융조치를 결정했으나,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은 직접지원을 더 늘려달라고 한다.

△직접지원의 경우 현재 확진자 방문 점포는 300만원, 휴업 점포는 100만원을 지원한다. 여기에 온누리상품권과 지역사랑상품권을 저소득층에 평균 50만원 정도 지원할 것이다. 직접지원을 늘리는 건 상황을 더 봐야한다.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