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이건 알아야해]文대통령이 국민연금 개편안 퇴짜 놓은 이유

by안혜신 기자
2018.11.11 08:00:00

文 지시로 정부안 재검토, 보험료 인상폭 제한될듯
15일 공청회 무기한 연기…연말에나 개편안 나올 듯
노후대비로는 더 내고 더 받는게 최선…인상폭이 관건

지난달 30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국민연금 개혁 사회안전망 쟁취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국민연금 개편안을 둘러싼 후폭풍이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안이 보험료 인상을 골자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않는다’고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국민연금 개편안이 무엇이길래 이렇게 소란스러운 것일까요?

이번 논란의 가장 핵심은 정부안의 내용이 무엇이냐입니다. 보건복지부는 당초 오는 15일에 정부안을 공개하기로 했지만 청와대 지시로 전면 재검토에 착수하면서 이를 무기한 연기해 현재로서는 정부안 공개시점을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정부는 소득대체율을 최대 50%까지 끌어올리면서 재정안정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해 현재 9%인 보험료율을 최대 15%까지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안과 소득대체율을 올리지 않고 보험료율은 소폭 올리는 재정안정에 중점을 둔 방안 등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정부안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즉, 가입자가 내야하는 보험료를 현재 소득의 9%에서 15%까지 6%포인트 끌어올리면서 동시에 가입자가 받아가는 연금수령액을 인상하는 ‘더 내고 더 받는’ 안과 소득대체율은 유지한 채 보험료율은 올리는 ‘재정 안정’에 초점을 둔 안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국민연금 개편안 중간보고를 듣고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복지부가 마련한 개편안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국민연금 관련 공약 사안으로 소득대체율 50%를 제시했습니다. 결국 유추해보면 정부가 내놓은 복수의 안이 모두 보험료율을 올리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 문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문 대통령은 국민연금 관련 논란이 뜨거워질 때마다 “국민 합의가 이뤄져야한다”는 말을 반복했는데요. 여론은 당연히 보험료 인상에 부정적입니다. 저조한 수익률과 앞서 국정농단 사태 당시 국민연금이 청와대 압박에 밀려 불합리한 결정을 했다는 의혹 탓에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커졌죠. 수익률이 악화한 상태에서 지금보다 보험료를 더 내야한다는 데 좋아할 사람이 없는게 당연합니다.

문 대통령 역시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복지부가 가져온 방안으론 국민연금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한 국민들을 설득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보험료 인상폭을 가능한 줄이라는 메시지인 거죠.

문제는 국민연금 재정입니다. 정부는 이미 국민연금 4차 재정추계를 통해 현재의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 2057년 기금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예고했습니다. 5년 전 추산했던 것보다 기금 고갈 시기가 3년 앞당겨졌습니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인상하지 못하면 국민연금 재정고갈시기는 더욱 앞당겨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보험료율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복지부 내부 분위기였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도출된 정부안은 따라서 모두 보험료율 인상을 포함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현재 복지부는 ‘멘붕’ 상태입니다. 이미 10월 국회에 제출했어야하는 정부안 제출 시기가 11월로 늦어진 것도 모자라 이제는 12월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간신히 만든 정부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정부는 과거에도 몇 차례 보험료율 인상을 시도한 바 있지만 번번히 무산됐습니다. 여론의 반발이 극심했기 때문인데요. 지금 상황에서도 역시 보험료율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인상률을 최소한으로 하는 방안으로 정부안이 마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세상 어디에도 ‘덜 내고 더 받는’ 화수분같은 연금은 없습니다. 안정적인 노후보장을 위해서는 지금보다 조금 더 받는 것이 좋고, 그렇기 위해서 더 내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물론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국민연금의 투명한 운영과 신뢰 회복이 전제돼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여론에 휘둘리기보다는 정부와 국회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