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석달 만에'…CJ 잇따른 매각 번복에 시장 혼란

by김성훈 기자
2020.08.18 01:00:00

뚜레쥬르 매각 부인 석달 만에 매각 인정
CJ헬로·투섬플레이스 사례 '데칼코마니'
"잇따른 번복에 매각 부인 신뢰도 영향"
부인 공시 무용론…다른 회사까지 피해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그때는 틀렸는데 지금은 맞다…’

뚜레쥬르 매각을 부인하던 CJ(001040)그룹이 석 달만에 입장을 뒤집으면서 자본 시장에 혼란이 커지고 있다. ‘가맹점주와 임직원 사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부인하던 매각설을 회사 스스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CJ헬로와 투썸 플레이스 매각 때도 부인 입장을 뒤집은 전례가 있어 임직원들은 물론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잃은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부인 공시 무용론’마저 일면서 매각설을 부인한 다른 회사들에까지 피해가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부인공시 석 달만에 매각 나선 뚜레쥬르

CJ그룹는 14일 뚜레쥬르 매각과 관련해 “CJ푸드빌의 경쟁력 강화와 사업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공시했다. 전날 CJ푸드빌도 “사업부 매각 등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사실상 매각 사실을 인정했다.

CJ푸드빌은 지난 5월 뚜레쥬르 매각을 시도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자 해명 자료를 통해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공시를 통해서도 “CJ푸드빌은 현재 뚜레쥬르의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상기 보도는 사실이 아님을 알려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부인공시를 낸 지 정확히 3개월 만에 매각 부인 사실을 회사 스스로 뒤집은 셈이다.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에 따르면 풍문 등 부인 공시 이후 3개월(특수경우 제외) 내 번복할 경우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하고 벌점을 부과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3개월간 공시 내용을 유지하면 제재를 받지 않는다. 규정상 문제될 게 없는 처사라지만 투자자와 임직원들의 정서적인 비난은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의 매각설 번복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1월 불거진 CJ헬로 지분 매각설에 CJ오쇼핑(이후 CJ ENM(035760)에 합병) 측은 “지분 매각설에 대해 검토한 바가 없다”며 매각설을 일축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9년 2월 14일 LG유플러스(032640)에 CJ헬로 지분 50%와 1주를 총 8000억원에 매각했다



같은 해 1월에는 CJ(001040)그룹이 국내 2위 커피 프랜차이즈인 투썸 플레이스를 포함한 자회사를 매각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업계 불황에 자회사 매각과 HMR(가정간편식) 등 주력 사업 부문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더해졌다.

CJ그룹과 CJ푸드빌은 이때도 강하게 반발했다. CJ그룹 측은 해당 소식이 전해진 이튿날 “근거 없는 소문으로 CJ푸드빌 브랜드의 가맹점주들이 괜한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을 냈다. 그러나 그로부터 석달 후인 지난해 4월 30일 CJ푸드빌은 홍콩계 사모펀드(PEF)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에 ‘투썸플레이스’ 지분 45%를 2025억원에 매각했고 올해 잔여 지분마저 모두 넘겼다.

(그래픽=이동훈 기자)
부인공시 무용론에 다른 회사까지 피해 우려

그룹이 공식 부인한 사실을 기다렸다는 듯 뒤집는 상황이 반복되자 자본 시장에서는 CJ그룹이 보유한 다른 매물마저 내놓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팽배해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 안팎에서 CJ그룹이 미디어·HMR·택배업 등 핵심 사업을 남기고 외식 사업과 리테일 등의 계열사가 매각 수순을 밟을지 모른다는 얘기가 오래전부터 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추가적인 매각설에 회사 측이 부인 하더라도 시장에서 믿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부인 공시 무용론’마저 일면서 다른 회사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SK(034730)그룹이 2차전지 업체이자 코스닥 상장사인 이노메트리(302430) 지분 인수설에 대해 “지분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공시를 냈다. 현대중공업지주(267250)도 지난 8일 세간에 불거진 두산인프라코어(042670) 인수와 관련해 “검토한 사실이 없다”며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설령 매각을 추진 중이더라도 하루 이틀 안에 끝나는 게 아닌 상황에서 당장의 해명을 통해 우려를 걷어내려는 의도로 보인다”면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상황을 잘 아는 투자자나 임직원 입장에서는 매각 부인 공시를 더는 신뢰하기 않는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