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소환한 제약주권]③"유사시 백신 안전판 있어야 선진국"

by노희준 기자
2020.06.02 05:01:00

성백린 연대 생명과학부 교수 전화 인터뷰
유사시 백신 생산이든 수입이든 안전판 갖고 있어야
백신, 치료제보다 개발 어렵고 장기 투자 필요해 기피
정부 개발 지원 및 정부 일정 물량 비축 매입해야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어느 선진국도 백신을 100% 다 생산하는 나라는 없다. 하지만 유사시에 생산을 하든 수입을 하든 백신 안전판을 갖고 있어야 한다.”

정부 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단 단장을 맡은 성백린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백신 주권과 관련해 “지난 10년간 백신에 대한 안전판을 갖지 못한 경우가 너무 자주 발생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성 교수는 정부가 감염병 백신개발 사업의 총괄 책임자로 선정한 인물이다. 이 사업은 오는 7월부터 2029년까지 10년간 국비 2151억원이 투자되는 감염병 분야 대형 연구사업이다. 사업단은 결핵, A형간염, 수족구병 등 주요 감염병 극복을 목표로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 연계까지 백신 개발의 전주기에 걸쳐 연구개발을 추진한다. 코로나19 백신 개발도 지원한다.

그는 “현재 엄격한 의미의 백신 자급률은 40% 수준이라 충분치 않다”며 “그때그때 외국에서 백신을 수입해 사용할 수 있으면 큰 문제가 없지만 갑자기 전세계적으로 위기가 발생하면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수급 문제가 발생해 우리 역시 수입이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성 교수는 “백신은 치료제보다 개발하기 휠씬 어려운 의약품”이라며 “장기간 투자를 통해 오랜 기간 개발에 집중해야 하고 허가도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백신은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기본적으로 이물질인 항원을 집어넣어 면역체계를 활성화하는 약이다. 때문에 아픈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치료제보다 위험성이 더 크다. 특히 연령대별로 면역 체계가 달라 통상 10년에 걸쳐 수만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해야 부작용을 걸러낼 수 있다. 현재 코로나19백신 개발이 속도전에 치우쳐 안전성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그는 “백신은 지속적으로 안전한지 모니터링을 해야 하고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야 해 1년 2번씩 바꾸는 핸드폰 개발처럼 할 수 없다”며 “빨리빨리 문화와 친숙한 우리와 백신은 잘 맞지 않는 면이 있지만 선진국으로 가려면 넘어야 할 산으로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백신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크게 2가지를 해야 한다. 기업의 연구개발비를 적극 지원해 주고 생산한 백신을 정부가 비축해줘야 한다”며 “특히 기초 백신의 경우 국가적으로는 중요하지만 기업들이 싼 가격 탓에 개발에 안 나서기 때문에 국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