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선수에서 은행원으로..이동일 지점장 "인생은 역시 변화구"

by유현욱 기자
2019.03.12 06:00:00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2019 KBO 프로야구’ 시즌이 돌아오면서 금융권에서 활약하고 있는 전직 프로야구 출신 금융인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이동일(·45) SBI저축은행 광주지점장. 이 지점장은 11일 이데일리와 전화인터뷰에서 “프로야구 개막에 맞춰 나도 본격적인 여·수신 영업에 나서기 위해 겨우내 몸풀기를 마쳤다”고 흥겨워했다. 이 지점장은 키 182㎝, 몸무게 95㎏의 건장한 체격에도 말투는 오랜 영업 경험 덕분인지 사근사근했다.

그는 1997년 프로야구팀 쌍방울 레이더스에 입단했지만 같은 해 불의의 교통사고로 선수생활을 이르게 중단한 후 2000년 제주은행에 입행했다가 2009년 3월 SBI저축은행으로부터 영입된 ‘변화구’ 같은 이력의 소유자다.

이 지점장은 여전히 ‘인생의 멘토’로 김성근 전 감독을 꼽을 정도로 야구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김 전 감독은 이 지점장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프로로 발탁한 은인이다. 김 전 감독은 포수로서의 경력을 쌓아온 이 지점장에 투수로 전향을 권하기도 했다.

이 지점장은 “투수 글러브를 끼니 타고난 강건으로 금세 시속 140㎞ 이상의 직구를 던질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사고 후유증으로 이 지점장은 간단한 조깅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그는 2014년 처음 지점장이 되고 난 이후부터 현재까지를 자신의 전성기로 표현한다. 이 지점장은 “야구의 꽃이 ‘홈런’이라면 은행의 꽃은 지점장”이라고 건넸다.



마침 이 지점장은 대전, 광주 등 이른바 ‘야도’(야구의 도시)를 옮겨다니고 있다. 그는 “선수 시절 광주에 온 적 있는데 지점장이 돼 다시 오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광주지점은 청원경찰을 포함해 7명의 직원과 이 지점장이 근무한다. 2014년 새로 개장한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와 차로 15분 거리다.

은행영업이 힘들지 않으냐는 물음에 이 지점장은 “‘노력하는 사람에게 기회는 반드시 온다’는 깨달음을 선수 시절 배웠다”며 “‘직원들에게도 기다리지 말고 기회를 찾아 나서라’고 독려한다”고 말했다. 쌍방울 레이더스에 입단한 후 김기태 기아 타이거즈 감독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동고동락하며 배운 교훈이라고 그는 전했다. 이 지점장은 당시 쌍방울 레이더스 주장이었던 김 감독과는 원정경기 때마다 한 방을 같이 쓴 인연이 있다.

이 지점장은 의외의 고민거리도 털어놨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아들이 야구선수가 꿈이라고 한다며 기특한 한편 힘든 훈련기간을 떠올리면 뜯어말리고 싶다고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야구인의 길’을 걸어왔다. 이 지점장은 “야구로 치자면 내 인생은 5회에 접어들었다”며 “이제 막 후반전을 시작할 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