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자금 1120조 대이동]'배당수익률 6%대·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너도나도 청약

by이슬기 기자
2019.10.14 05:00:00

롯데리츠 청약경쟁률 62대 1…서울 부동산시장 '들썩'
넘쳐나는 유동성…투자할 곳 없자 리츠·부동산에 쏠려
해외금리연계 DLS 사태·사모펀드 환매중단 투심 영향
"부동자금, 세제혜택 등 통해 자본시장으로 유도해야"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이슬기 경계영 기자]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드리우고 있다. 저금리 상황이 지속하는 한편 주식시장은 박스권에서 돌파하지 못하면서 갈 곳 없는 돈이 부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안정적이고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노릴 수 있는 리츠 상품이나 확실한 투자처로 꼽히는 서울 주택 시장에 뭉칫돈이 몰리는 모습이다.

주요국 중 일부 이미 마이너스 금리로 접어든데다 한국도 금리인하 기조로 접어들면서 초저금리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높은 만큼, 조금이라도 돈이 된다 싶으면 시중 유동성이 쏠리는 현상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높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리츠가 8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모 청약을 진행한 결과 청약경쟁률 62.28대 1을 기록해 청약증거금으로 4조 7610억원이 몰렸다. 연초 이후 40% 넘게 오르며 공모리츠의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신한알파리츠(293940)가 공모 당시 일반청약 최종경쟁률로 4.32대 1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기록적인 수치다.

롯데리츠에 이러한 관심이 집중된 것은 저금리 시대임에도 연 6%가량의 배당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이 책임임차인으로 9~11년 장기계약을 맺어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보였을 것이란 분석이다. 일반 상장사는 현재 고배당주라도 업황이나 영업실적에 따라 배당액이 줄어들 수 있지만 롯데리츠는 연간 임대료 상승률을 1.5%로 적용할 예정이어서 꾸준하고 확실하게 배당을 챙길 수 있다.

여기에 정부가 지난달 공모리츠에 5000만원 한도로 3년 이상 투자하는 개인에게는 배당 소득에 대해 분리과세하고 9%의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발표한 것도 롯데리츠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수익률 1%포인트가 아쉬운 자산가들에게 분리과세는 상당한 혜택이기 때문이다.



‘불패신화’가 굳건한 서울 주택시장도 과열상태다. 민간택지로의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을 앞두고 공급 위축에 대한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신축을 중심으로 몸값이 나날이 뛰고 있다. 8월 서초구 반포동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59㎡가 한 달 새 1억원 넘게 급등한 23억9800만원에 손바뀜되며 3.3㎡(1평)당 9992만원을 찍는 등 신고가 행진이 잇따르고 있다.

분양가 규제로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가가 책정된 서울 ‘로또’ 아파트의 청약경쟁률 역시 고공비행 중이다. 이달 초 청약을 한 강서구 마곡 센트레빌 청약경쟁률은 102.59대1에 달했고 지난달 청약에 나선 ‘녹번역e편한세상 캐슬 2차’와 ‘서대문 푸르지오 센트럴파크’는 각각 75.43대1, 43.53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처럼 특정 투자처에 자금이 쏠리는 것은 넘쳐나는 시중 유동성보다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투자처를 잃은 시중 부동자금은 연초 이후 많이 증가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말 기준 단기 부동자금은 1120조원 가량으로, 지난해 말 대비 32조 5000억원이나 증가한 상태다. 하지만 증시 부진, 채권금리 바닥 논란 등으로 투자처를 찾기는 쉽지 않다. 한동안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던 사모펀드나 파생결합상품 등의 금융상품도 외면받고 있다. 해외 국채 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펀드(DLS·DLF)에서 100% 가까운 원금손실을 낸 데 이어 업계 1위 헤지펀드인 라임자산운용까지 사모펀드 환매 중단을 선언하면서 조금이라도 복잡하거나 리스크가 높아 보이면 중수익 상품이라도 회피하는 분위기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은 “부동산 불패신화 믿음이 강한 가운데 손실을 최소화하고 안정적 투자처를 찾으려 리츠를 비롯한 부동산시장으로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고 분석했다.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이러한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이 7월 1.75%에서 1.5%로 금리를 ‘깜짝’ 인하하면서 3년 만에 인하 기조로 돌아선 만큼 투자자들의 수익률 민감도가 높아진 상태다. 과거 기준금리가 3%일 때 1%포인트 차이보다 1.5%일 때 차이가 훨씬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교적 배당과 같은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거나 일단 투자만 하면 차익이 확실해 ‘로또’로 여겨지는 투자처로 쏠림 현상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기업의 생산과 투자로 흐르지 않고 부동화되면서 특정 자산에 몰리는 현상에 대해 우려하기도 한다. 경제 활력을 높이기는커녕 자산가격에 거품만 만들어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가 장기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러한 현상은 갈수록 심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자금은 다양한 산업의 혁신기업들을 키울 수 있도록 특정 투자처에 쏠릴 것이 아니라 기업사이드로 흘러가야 하고, 그래야만 국가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등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며 “부동자금이 벤처기업이나 혁신기업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정부는 벤처에 투자했을 때 세제혜택을 주는 식으로 강력한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