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엔 '기적'·'보이스' 2파전… 명절 특수 기대할 수 있을까

by박미애 기자
2021.09.15 14:00:00

영화 ‘기적’(왼쪽) 포스터와 ‘보이스’ 포스터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 두 편의 한국영화가 추석을 앞두고 관객과 만난다. 국내 최초의 민자역 양원역을 소재로 15일 개봉한 ‘기적’과 보이스피싱 범죄를 소재로 한 ‘보이스’가 그것. 코로나19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명절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워졌지만 추석 연휴 상황에 따라서 겨울 성수기 라인업이 영향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적’과 ‘보이스’의 개봉에 관심이 쏠린다.

‘기적’과 ‘보이스’는 올해 추석 극장가에서 2파전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 15일 누적관객 128만명을 기록하며 14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지만, ‘기적’과 ‘보이스’가 개봉하면서 순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기적’과 ‘보이스’는 15일 오전 9시 기준으로 예매율 25.8%, 22.4%를 기록,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의 예매율 5.4%를 앞서며 새 판을 예고했다.

‘기적’은 1988년 세워진 ‘양원역’을 모티브로, 마을에 간이역을 세우는 게 인생 목표인 고교생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를 통해 영화는 꿈을 향한 도전을 응원하는데, 경북 지역의 특색 있고 정감 가는 말과 카세트테이프, 비디오테이프, 문방구 게임기, 폴라로이드 등 그 시절을 추억하게 하는 소품들이 감상의 재미를 더한다.

‘보이스’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소재로 한 영화로, 뺏긴 돈을 되찾기 위한 전직 경찰의 고군분투를 그린다. 이야기는 허구지만, 실제 범죄 수법 및 사례들을 활용한 사실적인 묘사로 호기심과 더불어 경각심을 갖게 한다.

박정민과 변요한,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적

‘기적’과 ‘보이스’의 관람 포인트 중 하나는 박정민과 변요한의 매치다. 박정민과 변요한은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 동기로 2014년 개봉작 ‘들개’에서 호흡을 맞췄던 사이다. 그런 두 사람이 ‘기적’과 ‘보이스’로 흥행 대결을 펼친다.



박정민은 ‘기적’에서 간이역을 세우겠다는 일념으로 청와대로 매일같이 편지를 보내는가 하면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수학경시대회까지 치르는 엉뚱한 수학 천재로 변신해 웃음과 감동을 준다.

변요한은 ‘보이스’에서 보이스피싱 피해자로서 피해자의 억울함을 대변하면서도 보이스피싱 조직의 본거지에 잠입하는 등 대담한 행동과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으로 통쾌함을 선사한다.

영화 ‘기적’의 박정민(왼쪽)과 ‘보이스’의 변요한.
두 영화가 같은 날에 개봉해 비교를 피할 수 없게 됐지만 두 사람은 대결보다 응원하는 마음이 더 크다. 변요한은 “학창시절 둘이서 다 늘어난 운동복을 입고 자판기 커피를 마시면서 별의별 얘기를 다 했는데, 그런 두 사람이 어느 덧 함께 극장에 걸리는 배우가 됐다”며 “그 친구가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알기 때문에 마음이 닿는 데까지 응원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추석 극장가 올해는 어떨까

‘기적’과 ‘보이스’가 개봉을 하지만, 올해 시장 상황은 지난해보다 더 어렵다. ‘모가디슈’ ‘싱크홀’ ‘인질’의 선전에도 여름 시장이 기대에 못 미친 데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걷히지 않고 있어서다.

‘모가디슈’ ‘싱크홀’ ‘인질’이 상영한 8월 관객 수는 790만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0% 가량 줄었다. 세 영화는 손실을 보지 않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수도권 4단계(비수도권 3단계)로 최고 수위의 방역 조치가 추석 연휴까지 이어진다.

‘기적’과 ‘보이스’ 외에 경쟁작이 없는 점도 시장의 어려움을 방증한다. 추석은 여름과 겨울 사이의 비수기에 반짝 관객을 모으는 대목으로 배급사와 제작사들이 성수기 못지않게 선호해왔다. 2018년 9월 19일 ‘안시성’ ‘협상’ ‘명당’, 2019년 9월 11일 ‘나쁜 녀석들:더 무비’ ‘타짜:원 아이드 잭’ ‘힘을 내요, 미스터 리’ 등 같은 날에 3편씩 쏟아졌던 시장이다. 지난해 추석에도 ‘담보’ ‘국제시장’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3편이 나란히 개봉을 했는데 코로나19의 타격으로 연휴 기간 관객 수가 전년과 비교해 절반 이상 감소한 180만명에 그쳤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올 추석에는 대작이라고 할 만한 영화가 없는데다 현행 거리두기가 있어 여름보다 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라면서도 “‘기적’과 ‘보이스’가 감동과 서스펜스로 각기 다른 재미와 매력을 가진 작품인 만큼 극장가에 반전을 일으킬 수 있을지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