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문재인]3년차 '미션'= ‘악마의 강’과 ‘죽음의 계곡’을 넘겨라

by김정현 기자
2020.05.18 05:30:00

文대통령, 3주년 특별연설 이후 첫 현장행보에서
2030 스타트업 CEO들 만나…2.2조원 지원 예고
‘포스트 코로나’서 스타트업 역할 지대한 만큼
역량 있어도 쓰러지는 기업 막아보겠단 의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나라키움 청년창업허브에서 열린 ‘차세대 글로벌 청년 스타트업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이번주 문재인 대통령의 일정 중 주목할 것은 ‘차세대 글로벌 청년 스타트업 간담회’입니다. 이날 간담회에 대해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취임 3주년 특별연설 이후 첫 현장 행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만큼 정책적으로 관심이 있는 분야라고 알린 겁니다.

이 행사에는 미국 포브스지 ‘30세 이하 아시아 글로벌 리더’로 선정된 스타트업 대표 20명이 초대됐습니다. ‘포브스지 선정 30세 이하 리더’는 세계에서 유일한 청년층 대상 랭킹입니다. 아시아지역은 지난 2016년부터 선정되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앞으로 전폭적 지원을 예고했습니다. 그 내용도 구체적이었습니다. 특별 저리 대출과 특례 보증 등 올해 말까지 2조2000억원 규모 자금을 새롭게 지원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언택트’, ‘온라인’,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신산업 분야에 집중투자하는 민관 합동 공동펀드인 ‘스마트 대한민국 펀드’ 조성도 알렸습니다.

특별히 스타트업 지원을 강조한 이유는 뭘까요. ‘포스트 코로나’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K-방역에 힘입어 취임 3년차에 60~70%를 넘나드는 ‘역대급’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문 대통령의 관심은 ‘포스트 코로나’에 온통 쏠려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를 성공적으로 끝낼지를 결정할 것이어서입니다.

그래서 연일 강조하고 있는 것이 ‘한국판 뉴딜’입니다. 코로나19가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시킬 것을 예상하고 언택트, 온라인, AI 등 신산업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겁니다.

14일 행사에 초대된 ‘리더’들도 디지털 경제 분야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GPS가 닿지 않는 실내에서도 정밀 위치 측정이 가능하도록 한 ‘폴라리언트’, 사진을 찍어 질문하면 답을 주는 교육앱 ‘콴다’를 개발한 ‘매스프레소’를 비롯해 P2P 교육매칭 서비스를 개발한 ‘탈잉’, 만성질환 관리앱을 개발한 ‘닥터다이어리’ 등 대부분 기업들이 ‘디지털 경제’와 관련돼 있습니다.

문제는 스타트업의 생명력입니다. 정말 운이 좋게 ‘악마의 강’과 ‘죽음의 계곡’을 넘은 기업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습니다. 잠재력이 충분하더라도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좌절을 겪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14일 행사에 참석한 기업들 중에서도 외부 투자가 없다면 생존이 어려운 케이스가 상당수 있었습니다. 우수사례를 대표로 발표한 ‘매스프레소’만 봐도 그렇습니다. 매스프레소는 월 사용자 240만명에, IOS 앱·구글플레이교육차트 1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이지만, 매출은 지난해 말 기준 3억원에 불과합니다. 62명을 고용했으니, 1인당 매출은 500만원이 채 안 되는 겁니다. 인건비 대기도 턱도 없습니다.

아예 매출이 잡히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생물을 활용해 혼합 폐플라스틱에서 99.6% 순도의 재활용 플라스틱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한 ‘리본’이나, 인체속 암세포 진단 여부를 0.1초 만에 판단할 수 있는 현미경을 개발한 ‘브이픽스메디칼’, 증강현실을 보여주는 스마트 안경 렌즈를 만든 ‘레티널’이 모두 매출이 전무한 상태입니다.

물론 행사에 참석한 기업들은 대부분 투자 유치에 성공한 상태여서 당장 망할 걱정은 없습니다. 다만 이들 기업보다 주목 받지 못한 스타트업의 경우 상황이 녹록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자본력이 부족한 2030세대의 경우 생존기간이 짧아질 수 있지요.

숫자로도 나타납니다. 지난달(4월)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발간한 ‘2019년 창업기업실태조사’를 보면 실태를 알 수 있습니다. 전체 창업자 중 20~30대의 비중은 25.1% 정도였지만, 업력이 길어질수록 그 비중이 급속히 줄어들었습니다.

업력이 1년인 기업중 20~30대 비중은 33.3%였는데 2년(27.5%), 3년(23.9%), 4년(23.4%), 5년(21.4%) 등 업력이 길수록 비중이 줄어드는 모습이었습니다. 6년과 7년에서는 각각 16.1%, 14.4%에 불과했습니다.

모든 연령을 통틀어서 스타트업이 오래 생존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똑같지만, 그 중에서도 20~30대의 생존 가능성은 확연히 떨어진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결국 스타트업 불씨를 살리려면 정부라도 나서서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버티는’ 기간이 늘어날수록, 악마의 강과 죽음의 계곡을 지날 잠재력 있는 기업들이 실제 자생력을 갖추게 될 확률이 높아지니까요.

지난해 3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조사한 ‘창업지원기업 이력·성과 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창업지원기업의 5년 생존율은 53.1%로 일반창업기업의 생존율 28.5%(통계청 기업생멸행정통계, 2016년 기준)보다 거의 두 배 가까이 높았습니다. 정부가 2조2000억원에 달하는 지원을 예고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