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실효성 없는 `3%룰` 손봐야

by김재은 기자
2020.03.10 05:30:00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전자투표 도입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어요. 지금 그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데 누가 의결권을 행사합니까? 코로나19까지 겹쳐서 이번 감사선임은 포기했습니다. 벤처 중소기업을 키우고자 한다면,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3%룰부터 재검토해주길 바랍니다.”

지난해 의결정족수 미달에 따른 안건 부결은 238건이었는데, 이중 62.6%(149건)가 감사·감사위원 선임이 차지했다. 특별결의 요건인 정관 변경(52건·21.8%)보다 3배나 많다. 이는 감사 선임시 지배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 때문이다. 30%를 가졌건, 10%를 가졌건 모두 다 3%까지만 인정한다. 이를 빼고 나머지 주주들로부터 의결정족수(발행주식수 4분의 1 이상·참석주주 과반이상 찬성)를 채워야만 감사선임안을 처리할 수 있다.



문제는 대주주의 전횡을 막고 회사 경영을 견제하는 감사를 아예 뽑지 못하게 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지난해 감사나 감사위원 선임 부결은 총 149건이었는데 이 중 83.9%인 125건이 코스닥 상장사였다. 재벌 등 대주주 전횡 방지 목적의 3%룰이 되레 중소벤처기업들을 옥죄는 제도로 전락한 것이다. 코스닥 상장사에 자산 2조원이상의 대기업은 단 3곳이다.

현행 거래소 규정은 감사 선임을 못하더라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사외이사 선임이나 감사위원회 구성(2조원이상)을 못할 경우엔 관리종목 지정 사유지만,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면제된다. 이는 시장조치가 과도할 경우 결국 투자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상법상 과태료 5000만원을 부과받은 경우도 없다.

이쯤되면 ‘유명무실’한 3%룰이라는 평가가 나올 법 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1963년부터 60년 가까이 관성대로 해왔으니까, 제도 도입의 취지가 좋으니까, 재검토할 여지가 없다는 게 법무부와 금융위 판단이다. 지금이라도 3%룰의 효과와 부작용을 꼼꼼히 따져보고 다시금 입장을 정하는 게 타당하다. 3%룰이 만고불변의 진리는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