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 탈 쓴 계파"…`사모임→분란→해체`의 흥망성쇠②

by이상원 기자
2022.06.23 07:24:28

계파의 근간…`내일로`부터 `처럼회`까지
공부 모임·국정 안정 명목…사실상 세력화 목적
계파 해체 반복 속 `거물` 중심으로 결성 반복
`권력지향적` 모임 성격…당내 분열 가속화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정파(政派)의 탈을 쓴 계파(系派)가 곧 정치다. 평생을 이렇게 해 왔다.”

`계파 정치란 무엇인가`란 질문에 더불어민주당 재선 의원이 내놓은 답이다. 정파와 계파 사이, 계파 없는 현실 정치에서 존재할 수 없다는 뜻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08년 9월 29일 서울 서대문구 창전동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여의포럼’의 만찬에 참석해 의원들을 격려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여야 할 것 없이 정당 역사상 `사조직`은 곧 당권을 장악하기 위한 발판으로 작용해왔다. 차기 전당대회와 그 결과에 따른 공천권이 달렸기에 당내 치열한 싸움은 불가피한 형국이다.

보수 진영에서 다양한 사모임이 생기기 시작한 때는 2008년 18대 총선 이후다. `공부 모임`과 `국정 안정 운영`이라는 명목 아래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 중심으로 계파의 근간이 된 사모임이 성행을 이뤘다.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새 정부에 동력을 실어주겠다는 목적으로 당내 최대 모임인 `함께 내일로`(내일로)가 결성됐다. 당시 이재오 상임고문을 중심으로 40여 명의 의원이 모였던 `내일로`의 규모는 70명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친박`을 대표하는 사모임은 `여의포럼`이 대표적이다. `여의포럼`은 정권을 잡은 친이계 중심으로 공천권을 얻으면서 배척된 친박계들이 탈당하며 유기준 전 의원을 비롯해 김무성, 이경재 등 당시 무소속 의원들이 모여 만든 모임이다. 공부 모임으로 알려진 선진사회연구포럼도 친박계로 분류된다.



민주당의 가장 잘 알려진 사모임은 바로 `부엉이`다. 참여 정부 출신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함께 한 `친문`(친문재인계)계 의원 40명으로 구성된 조직이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비공개로 모인 `부엉이` 모임이 알려지면서 당시 비문 진영의 반발이 거셌다.

결국 모든 사모임은 `조직→분란→해체` 수순을 밟았다. 계파가 곧 당을 분열시키고 통합을 저해한다는 근본적인 이유와 더불어 `선거 개입`이라는 의혹을 받으면서 동력을 잃은 탓이다.

2024년 차기 총선을 앞둔 여의도에선 `공천권`을 둘러싼 계파 전쟁이 다시 불붙었다. `윤석열 지킴이`를 자처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민들레`(민심 들어볼래)와 `이재명의 친위대`로 통하는 `처럼회`는 신(新) 세력화의 근원이자 새로운 분열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여당 1호 공부 모임 `혁신24 새로운 미래`(새미래)의 공식 출범을 신호탄으로 여권 내 새로운 계파 탄생이 줄을 이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사모임의 `존재`는 의원들에 소속감을 심어주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한 초선 의원은 “모임이 없으면 초·재선으로서 목소리를 낼 곳이 마땅치 않다”면서 “중앙에 의견을 낼 수 있는 소통 창구이자,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처럼회 의원들의 모습. 왼쪽부터 이재정·김승원·박주민·최강욱·김용민·황운하·김남국 의원(사진=최강욱 의원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