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편견 버려주세요"…10대 발레리나 김수민, 당돌한 데뷔

by장병호 기자
2021.05.26 06:00:00

유니버설발레단 '돈키호테' 깜짝 주역
문훈숙 단장, 어릴 때부터 눈여겨 봐
"부담도 되지만 더 열심히 공연 준비"
'오네긴'처럼 여운 남기는 발레리나가 꿈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학생이라는 편견은 버리고 공연을 보러 와주세요. 나이만 어릴 뿐, 무대 위에선 발레리나로 봐주시면 좋겠어요.”

유니버설발레단 ‘돈키호테’의 깜짝 주역으로 발탁된 선화예고 2학년 김수민(17)은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이 같이 답했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건 아니지만요.” 수줍은 웃음 속에 생애 첫 주역 무대를 앞둔 긴장과 당돌함이 함께 녹아 있었다.

유니버설발레단 ‘돈키호테’로 주역 데뷔에 나서는 선화여고 김수민 발레리나가 최근 서울 광진구 유니버셜아트센터에서 가진 이데일리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다음달 4일부터 6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유니버설발레단의 ‘돈키호테’는 발레리나 기대주 김수민의 주역 데뷔로 화제다. 높은 관심을 증명하듯 김수민의 출연 회차(6월 5일 토요일 오후 2시)가 가장 먼저 매진됐다. 최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발레단에서 만난 김수민은 “부담도 되지만 많은 분들이 제 공연을 궁금해 하고 응원해준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며 “더 열심히 준비해 좋은 공연을 보여드리려고 한다”고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다섯 살 때부터 취미로 발레를 배우기 시작한 김수민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유니버설발레단 전 수석무용수 강예나의 은퇴공연 ‘오네긴’과 ‘호두까기 인형’을 본 뒤 발레리나가 되기로 마음을 먹고 유니버설발레단 아카데미에 들어갔다. 2016년 12월 유니버설발레단 주니어컴퍼니에 합류해 ‘호두까기 인형’의 어린 클라라 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돈키호테’의 키트리 역에 캐스팅된 것은 어릴 적부터 김수민을 눈여겨본 문훈숙 단장과 유병헌 예술감독의 과감한 결심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발레단 아카데미에서 공연을 했는데 실수를 했어요. 그런데 단장님께서 혼내지 않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주셨죠. 그 이후에도 단장님, 예술감독님을 뵐 때마다 응원을 해주셨는데…. 이번 ‘돈키호테’에서도 예술감독님이 저를 믿고 키트리 역을 맡겨보겠다고 하셔서 굉장히 놀랐어요.”

유니버설발레단 ‘돈키호테’로 주역 데뷔에 나서는 선화여고 김수민 발레리나가 최근 서울 광진구 유니버셜아트센터에서 가진 이데일리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돈키호테’는 스페인 극작가 세르반테스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루드비히 밍쿠스의 음악에 마리우스 프티파가 안무한 희극발레다. 소설과 달리 통통 튀는 매력의 아름다운 선술집 딸 키트리, 가난하지만 재치 있는 젊은 이발사 바질의 유쾌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무용수에게는 정교하고 화려한 테크닉을 총망라해 쉽지 않은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키트리 역의 무용수는 제자리에서 32회전을 도는 ‘푸에테’를 소화해야 해 부담이 크다. 김수민은 “파트너와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며 “파트너인 간토지 오콤비얀바 선생님이 편안하게 잘 맞춰줘 재미있게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녀 간의 로맨스를 연기해야 하는 것도 김수민에게는 큰 과제다. 고백은 받아본 적 있지만 아직 연애는 해보지 않았다는 김수민은 “‘밀당’도 해야 하고 사랑도 하다 삐치고 싸우기까지 해야 하는데 아직도 감정 표현은 쑥스럽다”며 “그래도 키트리 덕분에 ‘밀당’도 한번쯤 해봐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웃었다.

김수민은 롤모델로 영국 로열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 알리나 코조카루를 꼽았다. “크지 않은 키에도 상체를 예쁘게 컨트롤하고, 감정 표현도 섬세해서 배울 점이 많다”고 했다. 꼭 해보고 싶은 작품은 자신을 발레리나의 길로 이끌어준 ‘오네긴’이다. “마지막 장면이 정말 소름 돋잖아요. ‘오네긴’처럼 여운을 남기는 발레리나가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