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막오른 글로벌 법인세 전쟁, 철저 대비로 충격 줄여야

by논설 위원
2021.04.12 06:00:00

글로벌 법인세 전쟁의 공포가 우리 경제를 엄습하고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다국적 기업의 법인세를 실제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서 걷자는 제안서를 최근 한국 등 약 140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각국의 법인세 바닥 경쟁을 멈춰야 한다”며 “글로벌 법인세 하한선(21%)을 정하기 위해 G20 회원국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국제 과세체계를 뒤흔들 세금확보 전쟁의 파장이 닥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두 제안은 ‘디지털세’를 둘러싼 유럽 국가들과의 분쟁을 비(非)IT산업으로 확대해 절충점을 찾는 동시에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세수부족까지 해결하려는 다목적 카드로 읽힌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구글· 페이스북·아마존 등 자국의 다국적 빅테크기업들을 대상으로 디지털세를 부과하거나 검토에 나서자 미국은 강력한 보복을 경고해 온 터였다. 블룸버그통신은 “제안이 현실화되면 산업 분야와 관련 없이 100여개 이상의 다국적기업이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세제의 새 판을 짜려는 미국 시도는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대처 과정에서 세계 각국의 재정적자가 급팽창했고, 이를 메울 필요성이 절박해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각국이 코로나19 대처에 쏟아 부은 재정은 16조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선진국의 평균 재정적자는 2019년 국내총생산(GDP)의 2.9%에서 11.7%로 급상승했고, 신흥국은 4.7%에서 9.8%로 뛰었다. G20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가 올해 중반까지 합의안을 도출하기로 한 주요 배경이다.

문제는 우리 기업들과 정부가 받을 타격이다. 다수의 국내 기업들은 제안서 소식 후 비상회의를 열었지만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외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주요 기업의 미국 매출은 전체 매출의 14~28%에 달하는 연간13~35조원 규모에 달한다. 과세체계 개편은 우리 기업엔 막대한 추가 세금을, 정부엔 법인세 세수 감소의 타격을 안길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기업은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철저히 대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