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10대 모텔 데려간 경찰…유죄→무죄→유죄
by김소정 기자
2021.02.22 00:00:00
[이데일리 김소정 기자] 만취한 상태에서 동의 하에 성관계를 했어도 상대가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1일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경찰공무원 A씨(28)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A씨는 2017년 2얼 새벽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중 만난 10대 B양을 모텔로 데려가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처음 만난 당시 B양에게 “예쁘시네요”라며 말을 걸었고 이후 술자리를 가졌다고 했다. A씨는 술집에서 잠에 든 B양에게 “모텔에 가서 자자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B양이 “모텔에 가서 자자”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B양은 A씨를 만나기 전 1시간 동안 소주 2병을 마신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B양은 친구와 술자리 중 화장실에 간다며 나간 뒤 A씨를 만나 행방불명이 됐다. B양의 친구는 경찰에 B양의 실종신고했다.
A씨 측은 B양이 “모텔에 가자고 했다”고 주장했지만 B양 측은 “화장실에서 구토한 뒤 갑자기 술기운이 올라왔고 그 뒤로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1심은 “당시 외투도, 휴대전화도 없이 돌아다닌 점 등을 보면 B양이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잃은 상태”라고 판단해 A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당시 B양이 준강제추행의 성립 요건인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면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은 대법원에서 또 뒤집혔다. 재판부는 “B양이 처음 만난 A씨와 간 모텔에서 무방비 상태로 잠이 든 점 등에 비춰 심신상실 상태였다”면서 “피해자가 알코올 영향으로 추행에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 상태였다면 준강간죄나 준강제추행죄를 적용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또 대법원은 “피해자가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가 성관계에 동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건 타당치 않다”며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연령 차이, 함께 모텔에 가게 된 경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