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증시인물]파월의 뼈 때리는 말에 주춤한 시장

by이슬기 기자
2020.05.16 07:50:00

파월 "경제상황 매우 불확실"…글로벌 증시↓
마이너스 금리에도 선그어…당분간 조정기간 가질듯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알고 있었던 얘기였지만 금융시장은 애써 눈을 돌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가져올 경제적 여파는 상당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향후 경제가 하강할 수 있다는 위험이 새로운 사실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이 흔들린 이유다. 이번주 증시인물은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시장에 주지시킨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을 통해 돌아본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사진 AFP
16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번주(11~15일) 코스피 지수는 전주 대비 0.95% 떨어진 1927.28에 장을 마쳤다. 이번주 코스피 지수는 이틀을 제외하고 모든 영업일에 하락세를 보였다.

이번주 코스피 지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사람 중 하나가 파월 의장이었다. 파월 의장은 13일(현지시간)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화상 강연에서 “(향후 경제상황이)매우 불확실하고 심각한 하방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가 통제될 경우 경제가 상당부분 회복되겠지만, 그 회복속도가 원하는 것만큼 빠르지 않을 수 있다는 인식이 시장에서 강화되고 있다고도 우려했다. 코로나19 이후 시장 회복에 기대를 걸고 최근 금융시장은 이보다 빠르게 회복세를 보여왔는데, 그 기대감을 꺾는 발언이었던 셈이다.

심지어 파월 의장은 “(마이너스 금리정책은) 우리에게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며 “연준이 그간 해온 채권 매입과 금리 조정 등 좋은 도구를 사용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시장은 연준이 금리를 마이너스 권까지 내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었는데,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은 셈이다.



파월 의장의 ‘뼈를 때리는’ 발언에 금융시장은 출렁였다. 이날 뉴욕 3대 증시는 모두 1~2%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튿날인 한국 증시도 1% 가깝게 하락, 장중엔 1910선을 터치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선 파월 의장의 경고에 금융시장이 단기 조정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의 미국 경기 장기 불황에 대한 경고는 잠시 잊혀졌던 코로나19의 심각성에 대한 재환기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는 미국 증시 견인의 주축인 나스닥지수의 차익매물을 자극할 수밖에 없어 증시 전반의 조정 빌미로 작용할 가능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마이너스 금리가 필요하다며 파월 의장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이 명확히 선을 그은 데다, 지금 연준의 상황을 고려하면 마이너스 금리까진 필요 없다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권희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민간에 대한 직접적인 자금 공급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연준이 굳이 은행의 수익성을 망가뜨리면서까지 마이너스 정책금리를 도입할 필요는 없다”며 “마이너스 금리보다는 오히려 발행시장에서 회사채를 매입하는 규모를 확대하는 편이 효과 측면에서 더 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오는 19일(현지시간) 파월 의장은 미국 상원 청문회에 참석해 코로나19에 대한 경제적 대응 상황을 보고할 예정이다. 다음 주에도 파월의 냉정한 말이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