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동공에 적외선 비춰 운전자 시선 추적..졸면 '삐~' 경고음

by임현영 기자
2020.01.01 06:00:00

[미래 향해 뛰는 기업들]①현대모비스
‘첨단 운전자상태 경고시스템’ 세계 최초 개발
자율주행 시대 밑거름..탑승자 행동 관찰 활용
“글로벌 스타트업과 협업 지속..시장 선도할 것”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현대 모비스가 지난 12월 24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면 현대모비스에서 ‘운전자 부주의 경보시스템’을 공개했다.
[용인(경기)=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15인승 버스 쏠라티 운전석에 앉자마자 옆에 설치된 모니터에 이목구비를 중심으로 10여개 점과 직선이 동시에 나타났다. 각각의 점은 이목구비의 양 끝을, 직선은 시선 방향을 가리켰다. 얼굴을 아무리 움직여도 운전자의 동공 위치나 시선 방향을 정확하게 잡아냈다.

지난달 30일 경기 용인에 위치한 현대모비스 마북연구소에서 최근 개발한 ‘첨단 운전자상태 경고시스템’(DSW)을 직접 체험해봤다.

실제로 마북연구소에서 DSW 기술을 체험해본 결과 얼굴이 아무리 흔들려도 이목구비 위치와 시선 방향을 놓치지 않았다. 동공의 무의식적인 움직임까지 정확하게 잡아내며 놀라움을 더했다. 안면 움직임을 감지하는 카메라는 핸들과 계기판 사이에 있다. 카메라는 적외선을 활용해 움직임을 파악한다. 이 때문에 빛이 부족한 심야에도 안면 움직임을 파악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그동안의 ‘운전자 경보시스템’은 얼굴방향과 눈 깜빡임 정도만 인지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이 시스템은 이목구비의 특징을 약 300개의 점으로 환산해 동공 인식까지 가능케 했다.

시스템 개발에 참여한 조덕연 현대모비스 전자제어시스템설계팀 책임연구원은 “정밀한 동공인식을 바탕으로 설계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이 시스템의 핵심”이라며 “자율주행에 꼭 필요한 탑승자 센싱 기술을 선점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DSW는 오는 2021년부터 현대차가 생산하는 주요 상용차에 탑재될 예정이다. 자연스럽게 버스·트럭 등 상용차 사고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조 연구원은 “대형 상용차 운전자는 운전 시간이 길다 보니 졸음운전 가능성이 승용차 운전자보다 높은 편”이라며 “DSW기술을 탑재한 경고시스템을 활용해 2차 사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했다.

DSW는 다가오는 미래차 시대를 선점하기 위한 기술로 여겨진다. 운전자를 사고로부터 보호하는 기능을 넘어 고도화되고 있는 자율주행 기술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술로 각광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DSW는 차량 내부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인 ‘인 캐빈(in-cabin)’ 분야로 분류된다.

현대모비스 역시 인 캐빈 분야 연구에 공들이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이 높은 단계로 진화할수록 탑승객이 차량 내부에서 취할 수 있는 활동이 많아진다. 다시말해 탑승자가 전방을 주시하는 빈도도 줄어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차량이 자체적으로 내외부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전후방 카메라 등이 차량 외부상황을 관찰하고 인지한다면 DSW는 탑승객을 둘러싼 내부 안전을 맡는 셈이다. 탑승객의 안면정보를 읽어내 부주의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함으로써 자율주행 기술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현대 모비스가 지난 12월 24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면 현대모비스에서 ‘운전자 부주의 경보시스템’을 공개했다.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하고자 세계 유수의 스타트업과 전략적 협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들에 대한 투자는 물론 혁신기술 관련 신사업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중국 스타트업인 ‘딥 글린트’에 59억원을 전략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딥 글린트는 얼굴 인식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50m 거리에서 1초 내에 10억명 중 1명의 얼굴을 판별해낼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한 안면인식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현대모비스는 딥 글린트를 통해 딥러닝을 활용한 차량 내부 동작인식과 패턴 분석 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작년 6월에는 딥러닝 기반 영상 인식 기술을 보유한 국내 스타트업 스트라드비젼에 80억원을 투자했다. 협업을 통해 자율주행차가 센서를 통해 외부 객체를 인식하는 기능을 개발하겠다는 취지였다.

미국과 중국 등지에서는 개방형 혁신을 위한 자체 ‘오픈 이노베이션(엠 큐브)’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작년 11월 미국 실리콘 벨리에 엠 큐브를 오픈한 데 이어 지난 6월 중국 선전에도 두번째 엠 큐브를 열며 미래차 시대를 적극 대비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외부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에 속도를 올려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등 혁신 기술을 신속히 확보할 것”이라며 “당장 협업을 하지 않더라도 특정 분야에서 선도적인 기술을 보유한 회사에 대해서는 체계적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추후 신규 사업에 진출하거나 혁신 기술을 개발할 때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다양한 협업을 통해 현재 영상분석 수준에 불과한 기술을 생체인증 수준으로 발전시킨다는 복안이다. 장기적으로는 운전자의 감정까지 읽어내 탑승객의 건강관리까지 책임지는 소프트웨어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그 외에도 임직원의 신기술·신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육성해 자율주행 기술 등과 같은 미래차 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사내 아이디어 육성 전문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테크 챌린지’ ‘스타트업 챌린지’ ‘아이디어 제안 게시판’으로 이뤄진 임직원 아이디어 육성 3대 전문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