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리포트 저작권 강화 움직임…부분 유료화 시동

by이광수 기자
2019.08.29 05:40:00

NH證, 리츠 등 일부 리포트 고객에만 제공
KB·삼성증권, 당국에 리포트 판매 업무 신고
"금전적 가치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

[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국내 증권업계가 리포트 저작권 강화에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증권사 리포트는 포털에서도 손쉽게 접할 수 있어 공공재처럼 여겨졌지만 앞으로는 각 증권사 고객에게만 제공되는 등 보다 제한적으로 접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리서치 자료가 증권업계뿐만 아니라 개인 유튜브나 투자자문사 등에서 상업적인 용도로 무분별하게 활용되는 것을 방지하고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NH투자증권(005940)은 미국 리츠(REITs)와 글로벌 크레딧 관련 일부 리포트에 대해서 자사 고객들만 볼 수 있도록 제한했다. NH증권 리서치는 리츠와 대체투자, 크레딧 관련 전문 애널리스트가 있어 해당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는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를 이용하는 고객이라면 모두 볼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일부 리포트는 NH증권 계좌를 가지고 있는 고객들만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증권사 리포트 유료화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작년부터 증권사 리서치에 대한 보수를 별도로 지불하도록 한 유럽연합(EU)의 금융상품투자지침2(MIFID II)가 시행됐다. 이 지침은 기관 투자자들이 리서치 서비스 이용료를 거래 수수료에서 분리해 따로 내도록 돼 있다.



국내에서도 리포트 유료화에 대한 분위기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008560)은 지난 5월 업계 최초로 외국계 자산운용사에 리포트를 유료로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메리츠증권은 1월 금융감독원에 ‘리서치 자료 판매 및 시장전망, 기업산업 분석 등 컨설팅 서비스 제공 업무’에 대한 부수업무를 신고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KB증권이, 지난 22일에는 삼성증권(016360)이 리포트 판매 관련 부수업무를 신고했다.

무엇보다도 상업적인 용도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것을 막겠다는 게 업계 공통된 움직임이다. KB증권은 지난 5월 리포트 저작권 보호를 위해 자사 고객을 위한 서비스인 ‘KB리서치’를 열어 운영 중이다. 지금까지는 PDF파일 형태로 제공돼 배포와 가공이 쉬웠지만, 전용 뷰어(viewer)를 통해 리포트를 제공하면서 무분별하게 재가공 되는 것을 방지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권사에서 리서치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부분”이라며 “리포트 등 정보를 생산하는데 비용이 소요되는 것이 분명하고, 이에 대한 가치를 금전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향성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