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굳히기'-安·洪 '뒤집기'...대선후보의 '깔딱고개' 전략은

by김영환 기자
2017.05.04 05:30:00

보수 진영 집결 우려보다 적어..정의당 지지층 공략 병행

[이데일리 김영환 5·9 장미대선이 4일 사전투표 시작과 함께 본격적으로 마지막 ‘깔딱 고개’로 향하고 있다. 여론 조사 공표 금지 직전까지 나타난 판세는 ‘1강’ ‘2중’ ‘2약’ 구도다.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진영은 ‘굳히기’에 들어갔다. ‘박빙’ 승부를 펼치고 있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문 후보를 제칠 최후의 승부수를 준비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진보정당 최초의 두자리수 지지율이는 목표를 향해 뛰고 있고,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최근 탈당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반전시키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각 후보 진영이 보는 현재의 선거 판세와 향후 전략을 알아본다.

문재인 후보는19대 대선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기간(3∼9일)을 앞둔 2일 마지막 지지율 조사에서 ‘1강 2중’ 판세를 확인했다. 선거가 6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문 후보 측은 변수를 최소화하는 굳히기 전략으로 현재 판세를 유지하겠다는 복안이다.

문재인 대선후보가 3일 경남 창원시 동동 문화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문 후보가 공표 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도 여전한 지지세를 보였다는 사실은 바른정당의 무더기 탈당 사태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의 완주는 문 후보가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변수로 꼽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 측으로 보수 진영의 결집이 일어날 수 있어서다.

탈당 사태에도 유 후보가 여전히 완주 의지를 드러내고 있고 실제 지지율도 유의미한 변화를 이뤄내지 못하면서 문 후보 측은 일단 한숨 돌렸다. 더욱이 앞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알 수 없는 깜깜이 선거에 돌입했기 때문에 실제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를 제치는 ‘실버크로스’가 이뤄진다고 해도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문 후보 측의 향후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가짜뉴스’에 대한 대항력을 높이는 것이 첫 번째다. 문 후보 측은 ‘세월호를 놓고 해양수산부와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는 보도에 대해 극렬하게 항의했다. 잇따라 논평을 내는 한편, 보도를 한 SBS를 직접 방문해 사과 방송을 약속받기도 했다.

3일 오후에는 2만6306명으로 이뤄진 국민특보단이 가짜뉴스에 대한 24시간 감시체제 돌입을 선포했다. 김태년 총괄특보단장은 “앞으로 6일간 가짜뉴스, 부정선거 기도를 발본색원하고 원천차단하는 활동을 하게 될 것”이라며 “가짜뉴스는 발견 즉시 국민특보단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되며 캠프는 팩트체크와 법률대응으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전략은 정의당으로 기울어진 진보 진영 표심을 돌리려는 노력이다. 문 후보의 지지세가 공공해지는 만큼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지지층도 파이를 넓히고 있다. ‘압도적 승리’라는 목표 하에 정의당을 지지하는 지지자들을 공략, 표심을 분산하겠다는 것이다.

김민석 종합상황본부장은 “심 후보와 정의당의 가치는 TV토론을 통해 국민들이 인정했다. (심 후보의) 득표율이 지지율 보다 낮게 나온다 하더라도 누구도 폄훼할 수 없다”며 “민주당에 훨씬 많은 지지를 모아달라 호소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절박하기 때문”이라고 지지를 당부했다.

홍준표 후보 측은 “결국 숨은 보수·우파가 대결집해 대선에서 최종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만만해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앞지르는 ‘실버크로스’를 이미 이뤄낸 상태에서 여세를 몰아 일주일 안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제치는 ‘골든크로스’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홍준표 후보가 3일 부산 중구 비프광장로에서 열린 유세에서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부르며 유세를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 후보는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이제 토론을 끝내고 오늘부터 마지막 스퍼트에 들어간다”며 “양강구도를 형성한 지 며칠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당 정책연구소인 여의도연구원에 따르면 문 후보가 39.4%로 1위를 기록한 가운데, 홍 후보가 24.9%를 기록해 20.1%로 나타난 안 후보를 누르고 2위에 올랐다. 지난주부터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두자릿수를 기록한 홍 후보가 상승세를 타고 안 후보를 앞지르는 결과를 낸 것이다.

홍 후보는 이어 “친북좌파 정권만은 안된다는 국민들의 위기의식이 보수·우파들을 결집하게 하고 있다”며 “이제 남은 일주일은 지난 6개월에 맞먹는 압축된 시간이다. 이 기간을 활용해 5월 7일엔 골든크로스를 이루고 9일에 반듯이 승리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후보는 또 구글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서 자신이 1위를 차지했다면서 “표심의 선행지수가 역전된 것이다. 1992년 12월 YS가 득표한 42%로 승리하겠다”고도 했다.

당내에서도 긍정적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철우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 후보를 완전히 앞서 문 후보와 양강 구도로 올라섰다”며 “홍준표 대 문재인, 문재인 대 홍준표 두 후보 간 각축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지지율 추이 등을 분석한 결과 2~3% 정도 (문 후보에 비해) 홍 후보가 유력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결국 유권자들은 홍 후보를 최종 선택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여론이 매우 좋지 않았던 지난해 총선에서도 옛 새누리당이 30%를 넘기며 1위를 차지했다”며 “이번 대선도 탄핵 정국으로 최악의 상태란 점에서 지난 총선과 상황이 비슷하다고 볼 때 보수 세력만 모두 흡수하면 충분히 최종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여의도연구원이 지난 1일과 2일 이틀간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2182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RDD(유선 49.7%, 무선 50.3%) 전화 자동응답(ARS)조사 방식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1%포인트, 응답률은 전체 2.3%(유선 2.2%, 무선 2.4%)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은 최근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심지어 몇몇 여론조사에서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뒤쳐지는 결과까지 나왔다.

안철수 후보가 3일 전북 익산역 광장에서 열린 지역 거점 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국민의당측은 진보층의 과대표집과 적극적 응답으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과대포장됐다고 보고 있다. 이에 문 후보의 지지율 또한 박스권에 갇혀 더이상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최근 바른정당 의원들의 탈당 사태로 탄핵반대 세력의 부활 가능성에 역풍이 불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 후보와 국민의당은 남은 선거기간동안 이 점을 부각하는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장병완 국민의당 선대위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3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탄핵을 반대했던 세력이 다시 재통합하는 것은 국민들의 명령과 역사에 대한 반동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다시 진보와 보수로 나뉘는 분열정치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점, 그리고 안철수 후보야말로 이 같은 분열정치를 종식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와 국민의당은 최근 바른정당 집단탈당 사태로 무능한 기득권 양당체제로 회귀할 수 있음을 부각할 예정이다. 이어 홍 후보의 자질 문제를 지속적으로 언급함과 동시에, 안 후보는 개혁적이고 중도적이며 유능하다는 점을 내세워 이번 선거는 여전히 문재인 대 안철수의 대결이라는 점을 강조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안 후보는 이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내면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안 후보는 2일 긴급 선대위 회의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적대적 공생관계의 대결정치가 재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당세력 대결판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 헌재 결정마저 부정하는 세력이 부활하고 있으며,국민을 둘로 나누고 괴멸시키겠다는 세력이 부활했다”면서 “이 나라 이렇게 되면 나락으로 떨어진다. 우리나라는 미래로 가지 못한채 다시 극한 대결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국민의당은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무당층이 상당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투표함을 열어보지 않고 어느 누구도 투표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날 김영환 미디어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최근 여론조사 분석을 보면, 부동층을 포함해 지지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투표유동층이 50%”라면서 “작년 4월 총선 결과 국민의당 지지율이 여론조사에서 15%가량 묻혀 있었음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라는 적대적 공생관계와 기득권 양당체제의 싸움판 정치가 되살아나고 있다”면서 “과거로 돌아가는 구태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커지고 있다. 미래로 가는 새정치로 정치판을 바꿀 수 있는 안철수의 지지율이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후보는 20·30·40대 유권자를 적극적으로 공략해 목표를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유승민 후보가 3일 거제시에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사고 유족과 대화하다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정당은 최근 소속의원들의 단체 탈당이 지지율 상승에 오히려 도움을 주고 있다는 판단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 캠프의 종합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이혜훈 의원은 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어제(2일) 여러가지 분란이 있었는데 많은 국민들의 공분을 자아냈다”며 “표로 이어지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다양한 지지층에서 유 후보로 옮겨타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찍으려 했는데 어차피 될거같으니 유승민을 찍겠다는 사람,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를 보고 실망해 유승민에게 표를 주겠다는 사람들에게 문자와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토론회에서 유 후보를 안하무인격으로 대하고 희롱하는데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우리 지역구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일반 시민 5명이 유승민 옷을 맞춰입고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지역사무실을 찾았다”고 소개했다.

황영철 의원이 탈당을 철회한데 대해서는 “지지율 상승에 영향이 크지는 않겠지만 썰물은 막아지는 정도 아닐까 한다”며 “황 의원이 현명한 판단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 탈당을 생각하는 다른 분들이 조금 수그러들 것”이라며 “정운천 의원도 좀 더 신중한 결단을 내리리라 본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우리에게 우호적인 그룹들을 집중적으로 스킨십하기 위해 내일부터는 서울지역 대학가와 판교지역 직장인들을 집중공략할 예정”이라며 “이대-서강대-판교-한양대-외대-경희대-성신여대-대학로에서 유세하며 사전투표도 적극 홍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목표 득표율을 묻는 질문에는 “따로 없다”면서도 “한표라도 더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답했다.

심상정 후보는 20·30·40대 유권자를 적극적으로 공략해 두자리수 지지율이라는 목표를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심상정 후보가 3일 춘천시 중앙시장을 찾아 두릅을 구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여론조사에서 10%대 지지율로 진보정당 역사상 대선 최고득표율을 노리는 정의당은 두자리수 지지율을 자신하는 모습이다.

천호선 정의당 공동선대위원장은 3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10%를 넘기느냐 마냐의 시점에 서있다고 본다”며 “아직 안정적으로 두자리수를 넘은 것은 아니지만 주요 지지층을 적극 공략해 반드시 10%를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천 위원장은 “우리 당 지지층을 분석해보면 청년·여성·노동 쪽에서 증가율이 높고 대부분 정치적으로 무당층이거나 정치 실망층이 새롭게 유입된 상황”이라며 “이분들은 소신투표를 하기 때문에 쉽게 흔들리는 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이 사표방지나 정권교체 위기론을 설파하고 있는데 이는 엄살연기”라며 “민주당이 압승을 위해 정의당 표 운운하는 것은 소신투표하는 유권자들을 흔들려는 의도적인 엄살”이라고 지적했다.

천 위원장은 “정의당 입장에서는 민주당의 압승론이 유일한 위기요소”라며 “민주당이 개혁의 추동력을 얻으려면 중도층에서부터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집중해야지 엄살을 부려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바른정당이나 정의당에 유입되는 표는 정치적으로 소외되거나 실망한 계층이 참여하는 것”이라며 “정치발전을 위해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남은 기간 선거 전략에 대해서는 “남은 6일동안 청년 여성 노동을 대상으로 해서 내 삶을 바꾸는 소신있는 투표를 강조하려 한다”며 “심상정의 표는 선거가 끝나고 나서도 살아서 움직이며 개혁을 추종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의당은 내일부터 ‘언제나 당신편 끝까지 심상정’ 이라는 구호를 적은 현수막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그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있는 여성을 심 후보가 끌어안는 사진을 넣어 홍보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천 위원장은 “심 후보의 강점인 토론회가 끝났다”며 다소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흑색선전이나 가짜뉴스가 난무하고 (큰 정당들은) 세 과시를 위한 유세에 중점을 두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정의당으로서는 부정적인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최종적인 유권자들의 합리적인 선택을 위하여 주말에 한 번 더 무제한 토론을 열기를 제안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