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공무원 채용시험에 NCS방식 적용하겠다"

by최훈길 기자
2015.05.19 07:00:00

취임 6개월 맞은 이근면 인사혁신처장
[채용혁신]NCS로 직무능력 강화한 인재 선발
[개방혁신]민간인재만 채용하는 개방형 144곳 늘려
[전문성혁신]순환보직 축소, 특정직책 5년이상 맡도록
[성과혁신]고위직 정년연장-하위직 속진임용 추진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이근면(사진·63) 인사혁신처 처장이 “공무원 시험에 국가직무능력표준(NCS)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채용방식을 바꿔 경쟁력·전문성을 갖춘 공직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취지다. 이근면식 공직사회 인사개혁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이근면 처장은 취임 6개월을 맞아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좋은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공무원)채용 시스템을 바꾸려고 한다”며 “직무능력을 중시하는 NCS를 공무원 시험에 적용하는 방법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NCS는 산업현장에서 업무수행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 태도 등의 직무관련 능력을 표준화한 것이다. 스펙보다는 직무능력을 검증해 채용후 별도의 수습교육 없이 현장투입이 가능한 인력을 선발하는 게 목표다. 불필요한 사교육과 과잉 스펙 타파를 위해 정부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적용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민간부문까지 NCS 채용을 확산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 처장이 공무원 시험에 NCS를 접목하기로 한 것은 현행 공무원 채용제도가 시대에 뒤처져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처장은 “전문성, 직무능력이 중시되는 사회환경 속에서 현 채용 시스템이 합리적인지 의문”이라며 “NCS는 현행 공직채용 시스템보다 진일보한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현재 인사처는 5·7·9급 국가직 공채, 9급 이상 국가직 경력채용, 외교관 공채, 고위공무원 공모 등을 주관하고 있다.

NCS 방식 도입과 함께 이근면식 공직채용 혁신을 지탱하는 또 다른 축이 ‘공직의 민간개방 확대’다. 인사처는 정부 40개 부처 개방형 직위 중 144개를 공무원이 아닌 민간 인재에게만 개방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부처 국·과장 자리에 민간 출신자를 현재보다 약 2배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처장은 “같은 사안을 봐도 다르게 볼 수 있는 시각, 소속 부처를 넘어 전체를 볼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며 “개방형 직위를 대폭 늘려 공직의 ‘순혈주의’에 다양성을 접목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관 인사교류를 통한 공직사회 혁신은 과거에도 수차례 시도됐지만 ‘민관유착’에 대한 우려의 벽을 넘지 못한 채 번번이 좌초했다.

이 처장은 “홍역을 앓지 않고 성인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좋은 인사제도를 중도에 없앴기 때문에 성과를 얻지 못한 것입니다. 지금은 정책 투명성이 높아져 과거와 다릅니다. 민간기업에서도 경력사원제도를 처음 도입했을 때 내부 저항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제도가 안착되기까지의 저항, 부작용을 두려워한다면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만 맴돌게 됩니다.”

채용혁신이 인재개발 혁신으로 이어져야 ‘진정한’ 인사혁신이 가능하다는 게 이 처장의 소신이다. 이 처장은 공직사회의 전통적인 인사방식인 ‘순환보직’이 인재개발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로 봤다.

“공직, 공기업 등이 민간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말을 듣는 이유 중 하나는 순환보직 때문”이라며 “순환보직 체제에서는 한 직책을 오래 맡지 못해 전문성을 쌓기 힘든 구조”라고 지적했다. 공무원이 특정 업무를 담당하는 기간이 1~2년 수준으로 짧아 전문성을 쌓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 처장은 직책 담당기간이 ‘5년’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처장은 “‘사무관이 되면 무엇을 잘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여러 직책을 맡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은 동의할 수 없다”며 “5년 정도는 특정 분야에 근무하면서 전문성을 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순환보직과 함께 공직사회 개혁을 가로막는 ‘승진, 감사’ 관련 규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승진 때 걸림돌이 될까, 감사에서 책임을 물을까 우려해 ‘복지부동’하는 행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소신 있는 의사결정과 정책 추진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면책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무원이 자유롭게 뛸 수 없도록 막는 유리벽을 사회적 컨센서스를 통해 깨줄 필요가 있습니다. 공무원 스스로 깨고 사회적 풍토가 바뀌어야 경쟁력 있는 공무원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이 그동안의 활동을 보여주는 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한대욱 기자)
이 처장은 고위직의 경우 정년연장, 하위직의 경우 속진임용제 등을 통해 전문성을 우대하는 공직문화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고위직의 경우 지난 3월 공직자윤리법 개정으로 재취업심사가 강화된 이후 공직에 오래 남아 있으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공직사회의 인사적체가 심화되고 있다.

이 처장은 “삼성전자가 성장하면서 한명 뿐이던 사장이 부문별로 늘어나 두 자리수가 됐다. 공직사회도 규모가 확대된 만큼 고위직 보직을 늘려 인사적체를 해소하겠다”며 “하위직의 경우 속진임용제, 발탁승진제를 통해 9급부터 5급까지 빨리 승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처럼 정년연장을 통해 좀 더 오래 일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컨센서스가 바뀌어야 한다”며 “오래 일하고, 생산성이 저하되는 사람에게는 적정 임금을 달리 적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인사처에서 최근 공무원연금법 후속대책으로 정년연장과 연계된 임금피크제 연구를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처장은 “공무원에게 적정한 급여, 보수체계는 어떤 것인지 종합적으로 연구개발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보수 인상에 대해선 “생애소득 개념으로 보면 공무원 소득이 적지 않다”며 “국민적 합의를 통해 공무원 보수체계의 발전방향을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 처장은 국회 처리가 무산된 연금개혁안이 미흡하지만 빠른 시일 내에 처리하는 게 차선책이라고 지적했다.

이 처장은 “연금 지급율을 낮추는 기간이 지나치게 길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지만 재정절감 효과 등을 보면 여야 합의안은 차선의 선택”이라며 “여야가 슬기로운 결단을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혁신, 개혁, 변화라는 말은 누구나 싫어하는 것입니다. 자칫하면 자기 부정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을 위해 보다 반듯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합니다. 본인이 현재 있는 곳에서 과감히 발을 떼야 합니다. 변화의 두려움보다는 미래에 대한 용기를 가지도록 공직사회의 협조를 간곡히 부탁합니다.”

(출처=인사혁신처)
이근면 처장은 국내서 손꼽히는 ‘인사통’이다.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아주대 경영대학원을 거쳐 1976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뒤 삼성코닝·삼성SDS·삼성전자 등에서 인사 분야를 담당했다. 인사 분야의 역량을 인정받아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마르퀴스 후즈 후’ 2011년판에 등재되기도 했다. 집무실에는 십자가를 목에 맨 ‘소년의 눈’이라는 예술작품이 전시돼 있다. “사심 없는 소년의 눈으로 사람을 보고, 훗날 고해성사를 할 일 없이 공직생활을 하겠다”는 취지다. 저서로는 ‘면접의 키포인트 55’, ‘인턴에서 100% 취업 성공하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