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앞두고 움츠러든 '서학개미'…빅테크 선호는 여전

by고준혁 기자
2020.11.02 01:30:00

10월 결제대금, 전달 228억서 129억달러로 43%↓
VIX, 6월 이후 40↑ 등 대선·코로나發 조정장 원인
순매수 상위, 애플 등 '여전'…혁신기업 ETF ARKK 등도
"테크버블 비해 빅테크株 저평가…상승 여력 남아 있어"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미국 증시로 눈을 돌려 적극 뛰어들던 ‘서학 개미’가 10월 들어서는 매매 규모를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수 급증과 대선 등으로 증시 변동성이 급격히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10월 하락장을 주도한 빅테크들에 대한 서학 개미의 애정은 여전했다. 이후 반등장을 이끌 종목 역시 빅테크주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10월 결제대금 129억달러…전달 대비 43%↓

1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10월 국내투자자들이 미국 증시에서 매수, 매도한 금액을 합친 결제대금은 약 129억달러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 228억달러에 비해 약 43% 감소한 액수다. 지난 1월 42억달러에서 6월 170억달러으로 꾸준히 증가하다 7월 163억달러으로 한 번 감소한 적이 있으나 감소 폭 자체가 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전달 뉴욕 증시가 조정을 겪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 지수는 전달 각각 2.8%, 2.3% 하락했다. 나스닥의 경우 장중 최고점을 기록한 10월 12일(11965.54)과 최저점인 10월 30일(10822.57)의 격차는 약 9.6%로 나타났다. 월가 공포지수로 부르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 지수(VIX)는 월초 26.70에서 10월 28일 40.28을 기록까지 치솟은 뒤 38.02를 기록 중이다. 변동성 지수가 40을 넘은 건 지난 6월 이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중 누가 대통령이 될지에 대한 윤곽이 되레 흐릿해지고 있는데다, 코로나19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 증시 변동성을 키웠다는 평가다. 전달 3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미국 내 하루 신규 코로나19 확진자수가 10만233명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그 전날 신규 확진자는 9만1000명이었다. 전달 23일 처음으로 하루 8만명 선을 돌파한 뒤 불과 1주일 만에 하루 10만명까지 급증한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3일 미국 대선을 코앞에 두고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 대다수가 대선 당일 현장 투표에 집중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당선인 결정 관련 불확실성까지 가세해 위험 회피 심리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라며 “대선이 끝나도 트럼프의 대선 불복 현실화 가능성과 IT기업 규제 강화 등 정책 부담 등에 시장 변동성이 증폭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순매수 상위권, 여전히 테슬라·애플·아마존

움츠러든 서학 개미들은 여전히 빅테크 기술주들을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투자자들이 지난달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테슬라로 약 2억3000만달러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어 1억4100만달러 순매수한 애플이 2위, 6700만달러 순매수한 아마존이 3위에 올랐다. 9월 순매수 1~3위가 애플(7억6500만달러), 테슬라(4억4300만달러), 아마존(4억2400만달러)로 애플과 테슬라만 순위가 변동한 셈이다.

이밖에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달 나스닥100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Invesco QQQ Trust Series 1(QQQ) 상장지수펀드(ETF)와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인 니오(NIO INC), 이동통신사 AT&T, 테슬라 등 혁신기업에 투자하는 ETF인 ARK Innovation(ARKK) 등도 많이 사들였다.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으로 대변되는 대형 기술주들은 올 초 코로나19 사태 이후 뉴욕 증시 반등을 이끌었으나,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조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과 아마존의 경우 모두 3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었음에도 불구, 실적 발표 다음날 각각 5.60% 5.45% 하락 마감했다. 각각 지난달 총 6.0%, 3.6% 주가가 떨어졌다.

그럼에도 국내 투자자들은 변동성이 축소된 이후 가장 반등 가능성이 큰 업종으로 이들 빅테크 기업을 꼽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 밸류에이션이 높은데도 불구, 여전히 상승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평가한다.

이정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산총액은 증가했고 유동성 승수 효과가 작동하면서 미래 현금흐름에 대한 중요도가 올라가는 등 빅테크 성장주들 밸류에이션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한 국면”이라며 “과거 2000년대 테크버블에 비해 현재 주도주들이 저평가된 것으로 집계되는 등 아직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