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당신은 보지 못한 당신의 방 풍경…송은영 '청록색 벽'

by오현주 기자
2020.01.02 00:35:00

2019년 작
중첩하고 겹친 사물 찾아 옮긴 '침범하는' 연작
평범한 실내서 '환영·실재' 부조리한 관계 살펴

송은영 ‘청록색 벽’(사진=아뜰리에아키)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깔끔하게 정돈된 방이 보인다. 청록색의 벽과 나무색의 창틀과 계단, 또 의자와 그 위에 올린 파란 큐션까지, 배치와 색이 특별하다.

그런데 정숙한 분위기는 여기까지. 하나하나 뜯어보기 시작하면 뭔가 석연치 않은 장면이 눈에 들어오는데. 큐션에 걸친 창, 한쪽 다리가 없는 의자, 집안 창틀을 먹어버린 건넛집 창틀까지. 모르긴 몰라도 이들 ‘부자연스러움’이 마치 숨은 그림찾기처럼 곳곳에 더 감춰져 있지 싶기도 한 거다.



현실에선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이 풍경은 작가 송은영(50)의 붓끝에서 나왔다. 작가는 평범한 실내 풍경에서 ‘일루션과 실재’의 부조리한 관계를 살핀단다.

‘청록색 벽’(51 Turquoise Wall·2019)이 그중 한 점. 이른바 ‘침범하는’ 연작 중 하나다. 100호 규모의 두 작품을 교묘히 연결했는데, ‘공간을 중첩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소외된 사물의 원래 모습을 드러내겠다’는 의도인 거다.

늘 그러려니 해온 풍경을 확장했다고 할까. 그것이 관찰이든 기억이든 말이다. 단순히 ‘본다’에 든 한정된 시각과 지각을 벗겨내는 신선한 시도다.

31일까지 서울 성동구 서울숲2길 아뜰리에아키서 여는 개인전 ‘비확정적 풍경’(Uncertain Landscape)에서 볼 수 있다. 리넨에 오일. 162.2×242.4㎝(162.2×112.1㎝ & 162.2×130.3㎝). 작가 소장. 아뜰리에아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