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대신 농악…"한국판 '위 아 더 월드'"

by양승준 기자
2014.12.01 06:42:10

외국인이 체험한 농악
상모 메고 북 잡은 샘 해밍턴
이탈리안 비보이 마르코는 '징 울림'에 빠져
처음엔 '시끄럽다'에서 나중엔 '기운나더라'로

농악에 푹 빠진 외국인들. 샘 해밍턴 등 외국인들은 최근 전북 임실 필봉마을을 찾아 농악을 배웠다. 농악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기념하기 위해서다(사진=한국문화재재단)


[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농악은 한국판 ‘위 아 더 월드’ 같더라.”

상모를 멘 파란눈의 외국인 샘 해밍턴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농악의 매력으로 어울림을 먼저 꼽았다. 최근 전북 임실 필봉마을에서 농악을 처음 배운 해밍턴은 “꽹과리 등 소리만 들었을 때는 ‘시끄럽다’ ‘머리 아프다’란 생각뿐이었다”며 “밭에서 주민과 고구마를 캘 때 함께 노래를 부르고 나니 농악이 특별하게 다가왔고 기운이 나더라”고 신기해했다.



지난달 27일 유네스코가 농악을 인류무형유산으로 지정하며 주목한 것도 바로 이 점이다. 농악이 주민 간 결속을 다지고 ‘한마을 사람’이란 정체성을 만든다는 의의를 높이 샀다. 프랑스에서 온 모델 사라도 “낯선 사람과 같이 음악을 맞추고 춤을 추는 게 어려우면서도 재미있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배우는 건 고됐다. 이탈리아에서 온 비보이 출신 마르코는 “북을 치기 위해 ‘’양반다리‘로 앉는 것부터 고역”이었다며 “걷거나 뛰면서 다양한 장단에 맞춰 꽹과리를 치는 것도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외국인이 본 농악의 또 다른 매력은 ‘흥’이었다. 마르코는 “여러 춤을 배워봤는데 농악의 춤은 생각보다 복잡했고 노랫말도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빠져들수록 행복해졌다”며 “징을 처음 쳐 봤는데 그 깊은 울림이 몸속으로 들어왔다 다시 빠져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라 신기했다”고 농악 체험 후일담을 들려줬다.

이들 이방인들은 필봉농악전수관 200여 주민 앞에서 판굿의 기본 가락을 선봬기도 했다. 북을 잡은 해밍턴은 “처음에는 군대 훈련보다 힘들더라”며 “북소리가 땅과 구름을 뜻한다는 얘길 듣고 치니 느낌도 다르고 푹 빠지게 됐다”고 애정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