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원전 2호기 '일시중지'…2025년 6월께 재개한다

by김형욱 기자
2023.03.29 06:00:00

文정부 영구정지 방침서 尹정부 계속운전으로 선회
작년 3년반의 운영허가 절차 착수…"조속재개 지원"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고리 원자력발전소(원전) 2호기가 약 2년3개월 동안 ‘일시 중지’한다.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 내 신고리 1·2호기. (사진=한수원)
2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고리 2호기의 운전을 중단키로 했다. 오는 4월8일로 40년으로 돼 있던 기존 운영허가 기간이 끝나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다만 이곳에 대한 계속운전 허가 절차를 밟고 있어 이르면 2025년 6월부터 재가동할 예정이다.

고리 2호기는 현재 국내 가동 중인 원전 25기의 맡형 격 원전다. 1983년 현재 영구정지한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에 이어 국내 세 번째로 가동을 시작한 원전이다. 한수원 부산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지난해 국내 전체 전력생산량의 0.5%에 이르는 2.9테라와트시(TWh)의 전기를 생산해 공급했다.

고리 2호기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문재인정부의 탈(脫)원전 기조에 따라 영구정지 후 해체 수순을 밟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윤석열정부가 출범과 함께 탈원전 정책 폐기를 선언하며 ‘수명’이 연장됐다. 정부는 고리2호기를 비롯한 설계수명 종료 원전을 설비 개선을 통해 10년 단위로 계속운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해외 여러 국가에서 원전을 60~80년까지 가동한 전례가 있다는 걸 고려하면 고리 2호기도 재가동 이후 20~40년은 더 가동할 여지가 생긴다.



다만, 계속운전까지 2년여의 공백은 불가피하다. 기한이 끝난 원전이 운영허가를 다시 받고 설비 개선을 통해 재가동에 나서려면 통상 3년 반의 준비가 필요한데, 1년 전까지만해도 영구정지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작년 3월 대통령 당선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통해 고리 2호기 계속운전을 결정하고 한수원이 곧장 관련 절차에 들어갔으나 앞으로 2년여 기간이 더 필요하다.

지난 1년 간 한수원의 자체 안전·경제성 평가와 이사회 의결(약 6개월)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주기적 안전성 평가보고서(PSR) 제출, 지역 주민 방사선 환경영향 평가서(RER) 공람(약 6개월) 절차는 마쳤다. 한수원은 이달 원안위에 운영변경 허가를 정식 신청하고, 통상 1년 반 걸리는 심사·허가 절차를 마치는대로 1년에 걸친 설비개선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산업부와 한수원은 안전성을 전제로 남은 절차를 조속히 처리해 2025년 6월부터는 계속운전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고리 2호기가 지난해 기준 2.9테라와트시(TWh)의 전기를 생산했는데 이를 천연가스 화력발전과 비교하면 연 11억7000만달러(약 1조5000억원)에 이르는 발전용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절감 효과가 있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역시 가스발전과 비교해 연 136만t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계속운전 절차 개시가 늦어져 고리 2호기의 일정 기간 가동 중단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가동 중단 기간 국가 전체 전력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는 동시에 안전성을 전제로 조속히 계속운전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