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연구원 "車반도체 대란, 장기적 관점에서 대응 필요"

by손의연 기자
2021.04.12 06:00:00

"차량용 반도체 시장 해외에 98% 의존"
"미래 차량용 반도체, AP 같은 고성능 반도체로 재편"
"국내 업계도 협력 등 바탕으로 고성능 반도체 시장 집중해야"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으로 인한 국내 완성차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업계가 장기적으로 AP(데이터 연산·처리 기능 수행 반도체)시장에서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자동차연구원(사진=한자연)


한국자동차연구원은 12일 발표한 산업동향 보고서에서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낮은 수익성과 공급망 편중이라는 차량용 반도체 산업의 특성이며 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미래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MCU중심에서 AP와 같은 고성능 반도체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므로 장기 관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수급난은 완성차 업계가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예측에 실패하면서 일어났다. 주요 반도체 공장이 있는 미국 텍사스, 일본, 대만 등에 자연재해가 겹치면서 어려움이 심화됐다.

현재 수급 차질이 가장 큰 품목은 전장 시스템 제어를 수행하는 MCU(Micro Control Unit)다. 연구원은 반도체 설계, 생산, 모듈·시스템 제작, 완성차 양산 과정 중 생산 과정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차량용 MCU의 생산 리드타임(생산 계획부터 입고까지 기간)은 12~16주 정도인데 대만 TSMC의 반도체 주문 폭주로 리드 타임이 26~38주 이상 소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1분기 글로벌 자동차 생산 차질 물량을 130만대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글로벌 자동차 매출액 감소는 606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폭스바겐은 올해 1분기 10만대 이상 생산 차질이 예상되고 테슬라는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에서 모델 3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 토요타는 미국과 일본, 중국에서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 포드도 북미 공장 6곳에서 최대 3주간 차량 생산을 감축한다.



현대자동차는 울산 1공장의 가동을 일주일간 중단했고, 아산 공장도 이틀간 휴업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98% 이상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MCU 등 주요 품목의 국내 공급망은 존재하지 않는 상태다.

MCU 중심의 현재 차량용 반도체 산업은 시장 규모가 제한적이고 수익성이 낮다. 차량용 반도체는 사용 조건도 까다롭고 개발과 테스트, 양산까지 10년 내외가 소요돼 공급망이 편중돼 있다.

연구원은 MCU 중심의 차량용 반도체 시장으로 진입하기보다 새롭게 조성될 AP 시장에서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전기차와 자율차로 전환되면 AP 기반 집중처리형 고성능 제어기가 채택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성능 반도체 시장은 미래차 분야 기술이 형성되는 단계로 글로벌 기업들도 연구개발 중이다. 연구원은 국내 업계가 협력 등을 통해 새로운 시장에 도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연구원 관계자는 “협력을 통해 AI, 보안, 데이터 등 시장에 도전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차량용 AP는 생명과 연관돼 안전성 검증이 엄격하고 개발과 테스트 기간이 오래 걸려 정부 지원이 있어야 한다”며 “공급기업이 수요기업 요구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 사업화까지 성공하기 위해선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