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대생들의 부정행위 저질러진 ‘온라인 시험’

by논설 위원
2020.06.03 05:00:00

인하대 의대생들이 최근 온라인으로 시험을 치르면서 집단으로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부정행위에 가담한 학생들이 1~2학년 중에서 90명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만으로도 가히 충격적이다. 학생들이 서로 한 장소에 모여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하니, 공동과제와 시험을 구분하지 못한 탓이다. 더 나아가 전화나 SNS를 통해 정답을 공유한 경우도 없지 않다는 점에서 각자의 실력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의 취지를 무시한 행위였다.

이번 사태가 특히 주목되는 것은 코로나 확산에 따라 현재 각 대학의 1학기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초·중·고교에 있어서도 지금의 등교 수업이 이뤄지기 전에는 온라인 수업이 진행됐고, 앞으로도 코로나 감염이 확산된다면 다시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따라서 학생들에 대한 성적 평가도 온라인 방식으로 이뤄지는 게 당연하게 됐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의대생들의 집단 부정행위가 드러났으니, 온라인 평가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대비되는 것이 올해 처음 온라인으로 실시된 삼성그룹 공채시험인 직무적성검사(GSAT)다. 역시 코로나 사태에 따른 조치였지만 응시생들이 각자의 집이나 기숙사에서 컴퓨터 화면을 통해 시험을 치르게 된다는 점에서 마음먹기에 따라 공정성을 해치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됐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주말 이틀간 시험이 치러진 결과 부정행위 시비는 거의 드러나지 않고 있다. 삼성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화상회의 기술이 아니었다면 어려웠을 일이다.

더구나 앞으로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온라인 업무 비중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재택근무가 일반화될 것이며 이에 따라 학교 수업만이 아니라 회사 업무의 상당 부분도 온라인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의료계의 반발에 부딪쳐 있는 원격진료도 조만간 풀어야 할 과제다. 이미 정부가 비대면 분야 기술개발 지원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단순히 구호로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번 의대생들의 시험 부정행위는 ‘언택트 시대’의 윤리성과 함께 관련기술 개발 필요성을 동시에 일깨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