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가격 올랐는데, 맥주에 발목..주류 회사 '한숨'

by함정선 기자
2016.05.25 06:00:00

4분기 소주가격 인상 효과 미미..맥주 부진 때문
수입맥주 공세에 맥주 시장 성장률까지 둔화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지난해 4분기 소주 가격 인상 효과는 채 3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주류업체들이 소주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고도 맥주에 발목이 잡혀 기대보다 못한 실적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000080)는 1분기 매출은 전년대비 5.1% 감소한 4093억원,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3.6% 증가한 272억원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맥주 매출 감소 영향이 컸다. 1분기 맥주 매출은 1분기 1249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34%가 감소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대비해서도 22%가 줄었다. 영업적자도 116억원으로 이전보다 확대됐다.

고성장을 지속했던 롯데주류의 클라우드 역시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롯데칠성음료의 1분기 주류부문 성장률은 2%로 음료 부문 성장률인 6%에 못 미쳤다. 증권가는 클라우드가 출시 초기와 같은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1분기 매출이 200억~300억 수준의 제자리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맥주 1위 사업자인 오비맥주의 가격 인상을 앞둔 물량 밀어내기 영향으로 2~3위가 부진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맥주 매출이 앞으로도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맥주 시장 경쟁은 치열해지는데 맥주 전체 시장의 성장은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입맥주는 꾸준히 국산 맥주에 위협이 되고 있다. 올 1분기 맥주 수입량은 전년동기대비 50%가량 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형 마트에서는 수입 맥주의 점유율이 40%를 훌쩍 넘어섰다. 수입맥주의 공세는 계속되는데 맥주를 찾는 사람은 줄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소주 시장규모는 전년보다 약 3% 성장했을 것으로 예상되나, 맥주 시장규모는 3%가량 감소됐을 전망이다.

그나마 맥주 업체들이 기댈 수 있는 것은 맥주의 가격 인상이나 이 역시 아직 안갯속이다. 1위 사업자인 오비맥주가 맥주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소문은 무성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게다가 수입맥주 인기 속에서 자칫 가격 인상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에 맥주 업체들도 저마다 살길 찾기에 나서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하이트’를 새롭게 리뉴얼한 ‘올뉴하이트’를 출시하고 하이트의 브랜드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모델 송중기의 사진을 넣은 이색 한정판까지 선보였다. 롯데주류 역시 최근 광고계 ‘블루칩’인 설현을 모델로 발탁하고 마케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수입 맥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1분기 수입맥주를 전년대비 50% 이상 늘렸고, 롯데주류도 맥주 수입 사업에 뛰어들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른 더위, 성수기 임박 등 환경이 나쁘지 않음에도 맥주 회사들의 고민이 크다”며 “가격을 올려도 일시적으로 괜찮지만, 수입맥주 대비 경쟁력이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