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선수의 완벽한 우승...오타니 독무대로 끝난 2023 WBC

by이석무 기자
2023.03.22 12:36:34

일본 야구대표팀 오타니 쇼헤이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우승 직후 동료들로부터 헹가레를 받고 있다. 사진=AP PHOTO
오타니 쇼헤이가 WBC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AP PHOTO
오타니 쇼헤이가 미국의 마지막 타자 마이크 트라웃을 삼진시키고 우승을 확정지은 뒤 글러브를 집어던지면서 포효하고 있다. 사진=AP PHOTO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오타니의, 오타니에 의한, 오타니를 위한 완벽한 무대였다.

일본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오타니 쇼헤이(LA에인절스)가 현재 세계 야구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임을 여실히 증명한 대회였다.

일본은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대회 결승에서 미국을 3-2로 누르고 2006년, 2009년에 이어 통산 세 번째이자 14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일본의 우승은 완벽했다. 이번 대회에서 치른 7경기를 모두 이기고 무패 우승을 일궈냈다. 모든 선수가 다 제 몫을 해냈다. 하지만 주인공은 단연 오타니였다.

오타니는 이번 대회에서 타자와 투수로 모두 빛나는 활약을 펼쳤다. 일단 타자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투수로 선발 등판하지 않을 때 지명타자로 나선 7경기 전 경기에 나와 23타수 10안타 1홈런 8타점을 기록했다. 타율이 .435에 이른다. 더 놀라운 것은 출루율이다. 볼넷을 10개나 얻었다. 출루율이 무려 .606이고 장타율도 .739이나 된다. OPS가 1.345에 이른다.

투수로도 발군이었다. 1라운드 중국전, 이탈리아와 8강전에 선발투수로 나선 오타니는 미국과 결승전에서도 9회초 구원투수로 나와 우승을 결정지었다.



오타니는 마운드에 오른 3경기에서 9⅔이닝을 던져 5피안타 2실점만 내줬다. 2승에 평균자책점 1.86을 기록했다. 탈삼진은 11개나 잡았다. 타자와 투수 모두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다.

결승전에서도 오타니의 위대함은 빛을 발했다. 3번 지명타자로 나선 오타니는 4타석 3타수 1안타 1볼넷으로 두 차례나 출루했다. 경기 후반에는 더그아웃과 불펜을 왔다갔다하며 바쁘게 움직였다. 구원 등판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동시에 타자로도 계속 나와야 했기 때문에 계속 불펜에만 머물 수는 없었다.

오타니는 3-2로 앞선 9회초 1점 차 리드를 지키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주자로 나간 뒤 슬라이딩을 한 탓에 흙 묻은 유니폼을 입고 씩씩하게 공을 던졌다. 출발은 불안했다. 선두 제프 맥닐(뉴욕 메츠)에게 볼넷을 내줬다. 하지만 무사 1루 상황에서 강타자 무키 베츠(LA다저스)를 2루수 병살타로 잡고 위기를 넘겼다. 평소 차분하고 겸손한 성격은 오타니도 이 순간에는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했다.

공교롭게도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마지막 타자가 에인절스 팀 동료이자 빅리그 최고 타자인 마이크 트라웃이었다. 일본과 미국 야구를 대표하는 간판스타의 자존심 대결이 펼쳐졌다. 줄곧 같은 팀에서만 있었기 때문에 둘이 적으로 맞붙는 모습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번 대회 최고 하이라이트가 결승전 마지막 순간에 나왔다.

한 타자만 더 잡으면 경기를 끝내는 오타니는 온 힘을 다해 공을 던졌다. 5구째 볼이 된 공은 무려 101.6마일(163.5km)이 찍혔다. 초구 변화구를 빼고 계속 100마일에 이르는 강속구로 트라웃을 압박했다.

결국 오타니는 풀카운트에서 6구째 바깥쪽으로 날카롭게 휘어나가는 슬라이더로 트라웃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글러브를 집어던진 뒤 마운드 위에서 펄쩍펄쩍 뛰면서 환호했다. 오타니가 야구 전설의 또 한 페이지를 완성한 순간이었다.

오타니는 결승전 직후 시상식에서 발표된 대회 MVP로 선정됐다. 일본 대표팀 선수단 모두 뛰어난 활약을 펼쳤지만 오타니의 수상에 이견을 달 수는 없었다. 2021년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MVP를 받았던 오타니는 자신의 화려한 야구경력에 WBC MVP라는 수식어를 한 줄 추가했다. 그렇게 2023년 WBC는 오타니의 원맨쇼로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