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사·교사 신고에도 학대 놓친 양천경찰서…시민들 '분노'

by김소정 기자
2021.01.03 09:23:17

[이데일리 김소정 기자] 입양아 정인 양은 양모의 학대와 양부의 방임으로 태어난 지 16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

양천경찰서 칭찬합시다 홈페이지
2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정인 양의 학대 사건을 조명했다.

정인 양은 지난해 10월 13일 서울 목동 한 병원 응급실에서 세 번의 심정지 끝에 사망했다. 입양된 지 9개월 만이다. 당시 정인 양읭 장기는 찢어졌고, 복부 전체가 피로 가득찼다. 몸 곳곳에는 멍으로 가득했다.

부검감정서에 따르면, 사인은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 강한 외력으로 인해 췌장도 절단된 상태였다.

남궁인 전문의는 “학대고 살인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었는데 너무 슬퍼하니까 진짜 악마구나 생각했던 의료진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의료진은 양모 장모씨를 경찰에 신고했고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양부 양모씨는 방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하지만 장씨는 단순한 사고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씨는 자신의 가슴 수술로 인한 통증 때문에 정인 양을 떨어뜨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씨가 정인 양을 학대했다는 의심은 지난해부터 있었다. 정인 양이 다니던 어린이집 교사, 소아과 의사, 지인 등은 아동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3차례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과 아동보호기관은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정인 양을 장씨와 양씨에게 돌려보냈다.

정인 양의 학대를 의심한 소아과 의사는 “경찰분들에게 강력하게 말했다”라며 “부모와 분리가 되야 한다고 했는데 사망소식이 들려왔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이 의사는 정인 양 입속 상처를 학대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장씨는 정인 양 단골 소아과에서 ‘구내염’이라고 진단을 받았고, 경찰은 이를 믿었다.

또 정인 양이 차량 안에 30분간 방치된 걸 본 이웃이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뒤 한 달이 지나서야 차량이 주차돼 있던 건물을 방문했다. 이미 CCTV 영상은 삭제된 상태였다.

방송 이후 양천경찰서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게시판은 시민들의 분노로 가득 찼다.

누리꾼들은 “왜 자꾸 신고가 들어오지? 생각 한 번만 했더라면. 진짜 이해가 안 간다. 마지막 세번째 의사가 분리요청까지 했는데 이건 무슨 업무 태도냐”, “당신들은 직무유기고 공범이다”, “이젠 어떻게 경찰을 믿을까요. 아이를 3번이나 살릴 숫 있음에도 이를 묵살한 당신들은 양부모 공범이나 다를 바 없다”, “소통광장 애들 사진 내려라”, “수사를 왜 그리 대충 하냐”, “조금만 더 주의 깊게 봐주고 확실하게 수사를 했더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등의 글을 남겼다.